[외국인 계절 근로자 진단(상)] 무단이탈 피해 농민들이 고스란히 안아

홍성우 기자,박하림 기자,김경석 기자 2019. 5.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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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 농가서 달아나 수입 좋은 건설현장서 일해
농민들 작물 제때 수확 못해 갈아 엎는 등 피해

[편집자주]법무부는 농번기 극심한 구인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을 단기간 고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농민과 지자체의 숙원을 반영해 2015년부터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계절근로자 수가 많아지다 올해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뉴스1 강원본부는 4년차를 맞이한 이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지난 15일 영월군 무릉도원면. 축구장 면적(7140㎡)을 웃도는 약 8000㎡(약2400평)의 넓게 펼쳐진 밭에서 석씨가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다. © News1 홍성우 기자

(강원=뉴스1) 홍성우 기자,박하림 기자,김경석 기자 =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무단이탈해 어디론가 떠나버렸습니다. 누가 피해 보상을 해줍니까.”

지난 15일 강원 영월군 무릉도원면. 축구장 면적(7140㎡)을 웃도는 약 8000㎡의 넓은 밭에 2명만이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던 석모씨(62)는 “지난해 외국인 계절 근로자 무단이탈로 받은 피해를 떠올리면 아직도 밤잠을 못 이룬다”며 역정을 냈다.

토마토, 고추 등 밭농사를 짓는 석씨는 지난해 4명이 지을 한해 농사계획을 세우고 외국인 계절 근로자 2명을 신청, 캄보디아 출신 근로자 2명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 배정된 지 한 달 만에 무단이탈해 떠나버렸다.

결국 석씨는 제대로 수확도 못한 채 작물들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석씨의 몫이었다.

3개월짜리 단기취업 비자를 받고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이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잦다.

피해 농가 등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숙소에 오자마자 주변 건물, 주소지 등을 휴대폰으로 찍어 속칭 ‘오빠’라고 불리는 브로커에 전달하면, 어느 날 택시가 이들이 머문 주소지로 찾아와 싣고 간다는 것이다. 사라진 이들은 주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씨는 올해 농사를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기만 하다. 드넓은 농지에 작물은 무르익어 가는데 일손이 없으니 매번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선다.

영월군은 지난해 외국인 계절 근로자 캄보디아인 80명을 농가에 투입시켰지만 이중 22명이 이탈했다. 이로 인해 올해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단 1명도 배정받지 못했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무단이탈은 영월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제와 양구군에서도 나타났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습© News1

인제군 귀둔1리에서 3만3000㎡(1만평) 규모로 밭농사를 짓는 최모씨(55)는 지난해 3명을 배정 받았지만 그 중 1명이 15일 만에 무단이탈하면서 일부 작물을 수확하지 못한 채 버리게 됐다.

최씨는 올해도 3명을 신청했지만 지난해 무단이탈 사건 탓에 2명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인제군은 올해 329명의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신청했지만 법무부로부터 165명만 배정받았다. 지난해 외국인 계절 근로자 20여명의 무단이탈 등으로 패널티를 먹었기 때문이다. 양구군에서도 7명이 무단이탈했다.

최씨는 “근로자가 무단이탈하면 군청에서 피해를 보상할 근거가 없다는 말뿐”이라며 “대부분 농민들은 불법 고용 선택 기로에 선다”고 말했다.

인제군 관계자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무단이탈 방지를 위해 보증각서나 짐을 담보로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부족한 수요에 대해서는 국내 외국인 노동자를 섭외해 충당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를 안정적으로 시행하는 지자체도 있다.

화천군의 경우, 다문화가족 여성들의 친정 식구들이 계절 근로자로 입국해 일손을 돕도록 해당 국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화천군은 결혼 이주여성의 현지 가족들을 선발해 농가 일손도 돕고, 가족상봉까지 주선하는 기회로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무단이탈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농번기 극심한 구인난 해소를 위해 2015년부터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계절 근로자는 농번기에 단기취업 비자로 입국해 약 3개월간 지정된 농가에서 일하고 돌아간다. 체류기간 연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무단이탈과 관련해 “무단이탈 적발 사례 등은 공정한 단속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개인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보도자료를 통해 2018년까지 총 4217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투입돼 농어촌 인력난 해소에 크게 기여하는 등 안정적인 제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hsw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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