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헬륨 부족 사태 현실화. 풍선 탓 아냐"

고재원 기자 2019. 5. 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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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유명 파티용품 전문판매체인 파티시티가 이달 중순 전국 판매점 900곳 중 금년중 45곳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파티시티는 다양한 형태의 파티용 풍선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일부 미국 언론과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회사 측의 이번 결정이 헬륨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공급하기 힘들어진데 따른 조치라는 소문이 돌았다. 파티시티 측은 "일부 매장의 폐점 결정은 다른 지역에 투자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헬륨가스 가격 상승과는 무관한 이야기이며 사실이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회사 측의 공식 해명으로 이 소문은 일단락됐지만 최근 헬륨 수급과 관련해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있는게 아니냐는 새로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헬륨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상승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풍선이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고 전했다.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이유는 실제 헬륨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실제 미국 미주리주와 캔사스주, 캘리포니아주 일부 지역 있는 파티시티의 일부 매장에서는 지난 10월 이후 헬륨 재고가 없거나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헬륨은 수소 다음으로 가장 가벼운 원소다. 반응성이 낮아 불활성 기체로 분류되며 지구상에서 기체 상태로는 극도로 희박해 대기중에서 포집해도 경제성이 떨어진다. 액체 헬륨은 지하에서 방사성 광물이나 천연가스의 부산물에서 생산된다. 천연가스 채굴 광산에서는 지각에 포함된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며 헬륨이 생성된다.

헬륨은 파티용 풍선 외에도 쓰임새가 많다.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포함해 극저온 초전도자석을 식히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강한 자기장을 걸어주기 위해 초전도자석을 이용하는 MRI는 초전도 자석을 유지하기 위한 극저온 액체 헬륨이 필요하다. 땅 위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한국형핵융합실험로(KSTAR)’에도 쓰인다. 초전도 자기장 발생기,극저온 센서 및 검지기 등 응용 분야를 비롯해 핵융합, 입자물리학, 저온물리학 등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연구 및 실험 현장에서 액체 헬륨이 활용되고 있다. 우주로켓의 발사 전 산화제로 사용되는 액화 산소를 액화시키는 데도 기체 상태지만 저온 헬륨이 활용된다.

헬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현재 헬륨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다. 헬륨 업계에 36년간 종사한 필 콘블러스 콘블러스헬륨컨설팅 대표는 “이번 헬륨 부족사태는 지난 14년간 세 번째 발생했다”며 “업계에선 현재 이 사태를 헬륨 부족 3.0이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헬륨 부족사태의 원인으로 기존 생산공장 폐쇄와 새 헬륨생산지 건설의 연기를 들었다. 콘블러스 대표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헬륨 생산이 최근 줄어들었다”며 “헬륨을 생산하는 곳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새로운 헬륨 생산지를 위한 프로젝트도 지지부진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액체헬륨 생산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미국은 주요 액체 헬륨 생산 광산 중 한 곳을 폐쇄했다. 미국 에너지부(DOE)도 이에 따라 해외 수출 물자 중 액체 헬륨을 자국 우선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체 헬륨 보관의 어려움도 액체 가격 상승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액체 헬륨에 조금만 열을 가해도 가스로 변할 뿐 아니라 극저온 상태에서 보관해도 조금씩 뜨거워진다. 가스 형태로 헬륨을 저장해도 보관함에서 조금씩 새어나온다.  미국 한 액체헬륨저장소 관리자인 사무엘 버튼씨는 “헬륨을 저장하는 건 엄청나게 어렵고 많은 돈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한 언론은 CNN 등 일부 외신의 헬륨 부족 관련보도를 인용하며 이달 중순 국내에서도 액체 헬륨 가격이 47리터에 50만원까지 치솟았으며 이로 인해 5월 5일 어린이날 헬륨 풍선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일부 전문가 말을 인용해 풍선의 대규모 소비가 헬륨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풍선이 헬륨 가격상승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콘블러스 대표는 “아이들 파티에 쓰이는 풍선이나 여러 용도로 쓰이는 풍선이 헬륨가격 상승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헬륨 부족이 당장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는 없어 보인다. 초전도 핵융합 장치를 운용하는 국가핵융합연구소나 한국형발사체를 개발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역시 시급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핵융합연구소 한 관계자는 “초전도 자석을 유지하기 위한 액체 헬륨은 한번 쓴 뒤 순환시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급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액체 헬륨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하면 장기적인 대응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는지적이 있다. 박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러시아와 카타르가 액체 헬륨 생산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미국 외에 다른 지역으로부터 액체 헬륨을 들여오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 장기화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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