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과거사위 "장자연 리스트 규명 못해..조선일보, 수사에 외압 행사"
배우 고 장자연(1980~2009년)씨가 생을 마감한 뒤 10년째 되는 해에 이뤄진 재조사가 마무리됐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성접대 가해자 명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서 공소시효와 증거부족을 이유로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았다. 다만 장씨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씨가 과거 재판에서 위증을 한 혐의에 관해선 수사를 개시하라고 권고했다.
20일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회의를 열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관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4월부터 13개월간 참고인 84명을 조사했다. 조사단은 지난 13일 250쪽 분량 최종보고서를 과거사위에 제출했다. 과거사위는 먼저 정치인과 언론인, 기업인 등 명단이 기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접대 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누가 작성했는지나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 이름을 기재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누가 기재됐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장씨의 성폭행 피해 의혹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조사 결과로는 2인 이상이 공모하거나 합동했는지나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장씨가 상해를 입었는지 등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발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윤씨 진술은 술에 약을 탔을 것이라는 1차 추정과 자신이 떠난 후 성폭행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2차 추정인 이중적인 추정에 근거했다”며 “윤씨가 조사단 면담 전에 한 진술이 성폭행 의혹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으나 정식 면담에서는 해당 진술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다만 윤씨 외에 추가 증인 진술이나 증거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과거사위는 “공소시효 완성 전 강간치상 범행에 대한 증거가 확보될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성폭행 의혹과 관련 최대한 상정 가능한 공소시효 완성일인 2024년 6월 29일까지 이 사건 기록과 조사단 조사기록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경기지방경찰청장 시절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찾아와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 번 붙자는 겁니까’라고 자신을 협박했다”고 진술한 점도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특수협박으로 인정될 수 있는 혐의는 공소시효 7년이 지난 것으로 결론냈다.
과거사위는 장씨의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가 2012년 이종걸 당시 민주당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 관련 재판에서 “장씨를 폭행한 적 없다” 거나 “(조선일보 방 사장을) 나중에 누구인지 알았다”고 증언한 부분에 대해서 위증 혐의로 수사를 개시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2월부터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가 정한 사건 17개를 중심으로 재조사를 벌여온 검찰 진상조사단은 출범 6개월 뒤 활동을 마칠 계획이었으나, 일부 사건 조사가 차질을 빚으며 그동안 세 차례 기한을 연장했다.
진상조사단 내부에서 활동한 한 변호사는 “윤지오씨 증언에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내부 지적이 반영돼 권고가 나왔다”며 “공소시효가 지나긴 했지만 조선일보 외압을 공식적으로 외부에 알렸고, 추가 증언 가능성을 열어둔 부분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민상·박태인·백희연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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