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1호 열출력 계산·판단 오류..아찔한 '휴먼에러'

2019. 5. 2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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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의 원자력발전소 한빛 1호기에서 발생한 '열출력 폭등 사고'는 당시 설비 운전자들의 판단 오류와 안전 불감증이 핵심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쪽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0일 한빛 1호기의 열출력이 운영기술지침서상 제한치인 5%를 넘겨 18%까지 폭등한 원인은 원자로 제어봉 운전자들의 계산과 판단에 따른 제어봉 과다 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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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자 반응도 수기 계산 실수에
무면허 운전원이 제어봉 과다인출
열출력 제한치 3배 넘게 치솟아
인간 해이·착각·예측실패 등 중첩
설비 이상보다 더 심각한 사고 초래
한빛발전소장 등 책임자 3명 직위해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4년 12월 전남 영광 한빛핵발전소 앞에서 부실 부품을 쓰는 원전의 가동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로 제어봉 조작 미숙 사고를 일으킨 한빛1호기 발전소의 사용을 정지시키고 특별조사를 진행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영광/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남 영광의 원자력발전소 한빛 1호기에서 발생한 ‘열출력 폭등 사고’는 당시 설비 운전자들의 판단 오류와 안전 불감증이 핵심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 이상이나 지진과 같은 외부변수보다 인간의 해이, 착각, 예측 실패, 미숙련 등을 뜻하는 ‘휴먼 에러’가 중첩될 때 더 큰 중대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쪽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0일 한빛 1호기의 열출력이 운영기술지침서상 제한치인 5%를 넘겨 18%까지 폭등한 원인은 원자로 제어봉 운전자들의 계산과 판단에 따른 제어봉 과다 인출이었다. 제어봉은 원자로 출력을 조절하는 설비 가운데 하나로, 제어봉이 삽입되면 출력이 감소하고 인출되면 증가한다.

제어봉은 완전 삽입 시 0스텝(단계)으로, 완전 인출 시 231스텝으로 표현된다. 원안위에 따르면, 제한치인 5% 열출력을 유지하려면 제어봉은 당시 43스텝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원자로조종사 면허가 없는 한수원 직원이 100스텝까지 제어봉을 인출했다. 이에 따라 1시간에 최대 3%씩 높아져야 하는 출력이 불과 1분 만에 18%까지 솟구치는 일이 벌어졌다. 원안위는 해당 직원에게 밀착해 구두 지시를 내렸어야 하는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 소지자(발전팀장)의 지시·감독 미흡 정황을 확인해 추가 조사 중이다.

제어봉 과다 인출은 당시 현장 작업자들의 중성자 반응도 수기 계산 실수와 인출 여부 판단 오류 때문으로 전해졌다. 원전 종합설계기술 공기업인 한국전력기술에서 제어봉 관련 업무를 했던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단순 조작 실수나 설비 결함이 아닌, 인간의 이성적 행위 결과 사고가 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보고된 제어봉 관련 사고 가운데 설비 이상에 따른 낙하 사고는 있었지만, 운전자의 제어봉 과다 인출에 따른 출력 급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1979년 미국 스리마일,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도 외부변수보다는 휴먼 에러가 주요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열출력 급증 시점 이후 밤 10시2분 원자로가 긴급정지되기까지 12시간 가까이 걸린 것은 한수원이 여러 방식으로 측정되는 출력치 가운데 낮은 값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원자로 출력 방식은 노외(노심 밖) 중성자선속을 보거나, 주급수유량을 통해서 계측하는 방법, 전기터빈 출력을 보는 방법 등 모두 3가지가 있다. 원안위와 현장에 조사단을 파견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첫째 방식으로 열출력이 18%까지 치솟은 것을 확인했고, 한수원은 당시 둘째 방법으로 계측해 수동정지하지 않고 계속 가동했다. 이 때문에 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단이 오후 4시에 현장 점검에 착수하고 6시간 뒤에야 수동정지가 이뤄졌다.

한수원은 열출력이 가장 높았던 때 주급수유량을 통해 계측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원안위 조사 범위에 속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병섭 소장은 “유량이 풍부하게 형성돼 있지 않은 원자로 저출력 조건에서는 원안위가 기준 삼은 방법이 적절하다. 이견이 있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보수적인 계측방법을 준용해 즉시 수동정지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빛 1호기는 출력 급증 현상 2분 뒤인 오전 10시32분에 제어봉이 원자로에 재삽입되고 안정을 찾았다. 한수원은 제어봉을 수동조작할 경우 1분에 48스텝이 움직여 2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한수원의 원자력안전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한수원은 한빛발전소장 등 책임자 3명을 직위해제했고, 원안위 조사와 별개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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