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1호기 '열출력 폭증', 국내 원전사고 중 가장 심각"
[경향신문] ㆍ에너지전환포럼 ‘설명회’
ㆍ“저출력 상태서 제어봉 빼…체르노빌과 유사한 측면, 지침 무시 수동정지 안 해”
ㆍ원안위, 보고받고 늑장조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특별조사에 나서기로 한 한빛원전 1호기 열출력 기준치 초과 사고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순식간에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열출력 폭증 문제였다는 점에서 “그간 국내 원전사고 중 가장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원자력계에 따르면 한빛 1호기 수동정지 사건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안위로부터 한빛 1호기 재가동 승인을 받고 원전 출력을 올리기 위해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을 하던 도중 발생했다. 제어봉은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성자 수를 줄여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로, 제어봉을 많이 집어넣을수록 원자로 출력이 줄고 뽑아낼수록 출력이 늘어난다.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진행된 시험 도중 일부 제어봉이 덜 인출됐고, 이 제어봉을 계산 실수로 너무 많이 뽑아 열출력이 순간적으로 5% 미만에서 18%까지 늘었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가동되기 전 저출력 상태에 있는 원자로의 경우 순식간에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이날 에너지전환포럼이 연 ‘한빛 1호기 긴급정지 사건 해설’ 설명회에서 “원자로 출력이 100%에 가까울 때는 출력 변화가 크지 않지만, 출력이 0에 가까울수록 한꺼번에 급증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저출력 상태에서 제어봉을 빼내다 벌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원자력정책 전문가인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2년 고리 1호기 전원 상실 사고의 경우 전원이 끊긴 시간이 12분이나 됐지만 전원상실로 냉각수 공급이 차단돼 노심 용융이 시작되기까지는 최소 40분이 걸리는 반면, 체르노빌과 같은 출력폭주 사고는 수초 만에 일어날 수 있다”며 “이번 사고는 국내 원전사고 중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사고”라고 말했다.
체르노빌 사고의 경우 외부 방사능 누출을 막는 격납건물이 매우 부실했고 실험 편의를 위해 안전장치까지 모두 꺼놓은 상태에서 발생한 참사라 단순비교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수원도 “한빛 1호기는 모든 안전설비가 정상 상태였기 때문에 출력폭주는 일어날 수 없었고, 출력이상이 생긴 뒤 곧바로 제어봉을 삽입해 출력을 떨어뜨렸다”고 이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폭주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출력을 원하는 대로 조절하는 데 실패했고, 운영기술지침서대로 수동정지도 시키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소장은 “설계상으로는 제어봉을 전부 뽑아도 출력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않게 돼 있지만, 원전은 항상 실수를 감안해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예컨대 냉각수의 중성자 조절 물질 농도나 증기 배출량 등에 문제가 생기는 등 작은 실수가 이미 벌어진 상태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출력이 더 폭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당일 오전 보고를 받았는데도 곧바로 조치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안위는 한빛 1호기 보조급수펌프가 가동된 직후인 당일 오전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를 받고 사건조사팀을 파견했지만 오후 10시까지 수동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원안위 관계자는 “한수원이 수동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유를 깊이 조사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다”고 해명했다. 기계공학기술사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원전에 안전 문제가 생겼을 때 시스템과 조직, 인력이 숙련된 대응을 했더라면 불안하지 않겠지만 12시간이나 조치가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니 불안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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