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5G 장비는 문제없나..상무부 후속조치에 숨죽인 통신사들

김현아 2019. 5. 2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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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는 단말기보다 영향력 적을 듯
노키아 지역 화웨이 대신 들어간 삼성 장비는 호재
로밍 제한 우려도..상무부의 행정명령 후속조치에 촉각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미국 정부의 화웨이 판매제한 조치가 5G 장비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15일(현지시각)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 정보통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구글이 화웨이에 안드로이드를 차단하기로 해 단말기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신제품에 구글이 장착되지 않으면 제품 경쟁력이 급속히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웨이가 글로벌 1위인 통신장비 시장은 단말기와는 다르다는 게 업계 평가다. 화웨이는 5G 표준특허에서 퀄컴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고, 부품 역시 미국 회사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통신 업계와 정부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하게 될 제재 대상과 조건에 따라 화웨이 장비를 쓰는 통신사는 버라이즌이나 AT&T와 로밍 계약을 맺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한국에 오거나 한국인이 미국에 갔을 때 로밍이 불가능할 수 있다.

4월 17일 열린 중국 상하이오토쇼의 화웨이 부스 모습. 사진=AFP
◇장비는 단말기보다 영향력 적을 듯..삼성 장비에는 호재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21일 중국중앙방송(CCTV)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치인들의 현재 행동은 우리의 역량을 과소평가 한 것”이라며 “5G 기술 면에서 다른 기업은 우리를 2~3년 안에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고 자신했다.

국내 통신사 관계자도 “장비는 상대적으로 미국 수입금지에서 영향을 덜 받는다”며 “단말기와 네트워크(장비)가 연동해 작동하니 다소 부자연스러울 수는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역시 공식 답변을 통해 “장비 수급은 문제 없다. 5G 장비는 특히 미국산 부품만 사용하는 게 아니어서 그렇다. 충분히 (재고)여유도 있다”고 밝혔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사진=AFP
다만, 미중 무역 분쟁은 국내 통신사들의 5G 장비 추가 구매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 화웨이 5G 기지국 장비를 택한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수도권 북부와 강원지역에 화웨이를, 충청과 호남에 삼성전자를, 수도권 남부와 경상지역은 노키아, 충청과 호남은 에릭슨을 배치했다.

그런데 노키아 장비의 수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노키아 지역이었던 수도권 남부에 삼성 장비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막 5G 장비가 깔리기 시작한, 경상 지역에는 노키아 대신 화웨이가 공급된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사실과 다르다.

삼성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수도권 남부와 경상도, SK텔레콤과 KT는 호남에서 노키아를 택했는데, 유플러스의 성남,수원, 분당에 우리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로밍 제한 우려도…상무부 후속조치에 촉각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 상무부 장관은 미국 관할 민간 분야에서 화웨이의 정보통신기술 또는 서비스의 취득, 수익, 이전, 설치, 거래,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

그는 금지될 거래의 사전 조건을 정할 수 있고, 다른 부서장과 협의해 행정명령 시행에 필요한 규칙을 정하고 금지되는 거래의 중단 시점 및 방식을 지시할 수 있다. 미 상무 장관은 행정명령일로부터 150일 이내에 세부 시행규칙을 발표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직후 거래제한 기업을 발표했지만 이는 통상적인 조치다. 더 큰 문제는 상무부가 행정명령에서 위임된 후속조치를 어떻게 특정하느냐”라면서 “거래 중단의 대상을 어디까지할 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제재)까지 할지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지역 통신사는 화웨이 장비를 쓰는 곳이 많다”며 “우리도 당사자인데 정부 입장을 떠나 LG유플러스는 굉장히 민감하게 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LTE 기간망 장비로 화웨이를 도입했을 당시, LG유플러스는 미군 부대에서 가입자를 모으지 못한 바 있다.

미 상무부가 행정명령 후속조치에서 미국 통신사의 로밍까지 문제 삼는다면 화웨이를 쓰는 LG유플러스의 로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5G 장비 밴더를 정할 때 화웨이가 LTE 장비까지 ‘1+1’ 개념으로 바꿔주겠다고 해서 가성비 측면에서 고민했지만 지금은 다른 밴더와 장비 구축을 꽤 많이 진행해 화웨이로 갈 필요가 없게 됐다”며 “양국 통신망을 거쳐야 하는 로밍은 미국의 후속 조치에 따라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화웨이 기지국을 쓰는 전세계 국가가 120개, 170여개 사업자여서 로밍 이슈로 번지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이 강세를 보였고, 화웨이 통신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는 주가가 하락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74% 상승한 4만3천150원에 마감했다. 반면 LG유플러스 주가는 전날보다 3.90% 하락했고,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해온 SK하이닉스(-0.85%)도 하락세를 보였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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