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조선일보

[사설] 이제 상습화된 靑의 공무원 전화 '압수 수색'

입력 2019. 05. 22. 03:18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청와대가 최근 야당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겠다며 외교부 직원들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뒤졌다고 한다. 기자회견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할 때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당일 바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무책임하고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주장에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직후 바로 외교부 직원들에 대한 보안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사실무근'이라고 해놓고 뒤로는 유출자 색출에 나섰다는 것은 결국 '사실무근'이란 반박 자체가 거짓말이었다는 뜻이다. 요즘 청와대는 거짓말을 쉽게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와대가 불편한 보도가 나오면 거의 습관적으로 공무원들 휴대전화를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가 외교부에 대해서 보안 조사를 벌인 것만 최소 15차례라고 한다. 청와대는 2017년 말 언론 보도와 관련해 외교부 간부 10여 명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포렌식 조사를 벌였고 언론 유출 흔적이 나오지 않자 사생활을 캐내 징계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린다는 방안이 보도되자 복지부 실무자들의 휴대전화도 조사했고, 경호처장이 부하 직원을 가사 도우미로 썼다는 의혹 보도가 나오자 경호처 직원 150명 이상에게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 기록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도 있다.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다.

청와대는 어제도 '버닝썬 사건 관련 윤모 총경이 경찰에 소환되기 전날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과 소셜미디어로 비밀 대화를 나눴다'는 보도와 관련해 "왜 이 시점에 누구에 의해 이런 게 언론에 유출됐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공무원들의 휴대전화가 털릴 것이다.

청와대가 영장도 없이 공무원들 휴대전화를 마구잡이로 압수하고 들여다보는 것은 명백한 탈법이다. 동의서를 받는다고 하지만 말장난에 불과하다. 불응하면 '유출자 용의 선상에 올리겠다'고 압박까지 한다. 청와대 실세와 여당 원내대표가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공무원들이 이상한 짓 한다"고 했다. 정말 '이상한 짓'은 누가 하고 있나. 공무원들을 이렇게 적대시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처음 보는 것 같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