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편 내 편 이념은 상관없이, 그냥 보고 싶어서 왔어요"

김윤나영·봉하 | 김정훈 기자 입력 2019. 5. 22. 21:58 수정 2019. 5. 2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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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시민들 봉하마을 발길
ㆍ추도식 인터넷 중계…모친상 당한 유시민 이사장은 불참
ㆍ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경찰, 경비 태세 강화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봉하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경남 봉하마을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입구에는 ‘당신의 꿈 우리가 이룰게요’ ‘우리가 노무현입니다’ ‘아직도 당신이 그립습니다’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평일인데도 추모객들이 탄 전세버스와 승용차들이 마을 앞 지정 주차장과 공터를 메웠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추모객도 눈에 띄었다.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해 살았던 ‘대통령의 집’은 추모행사 일정으로 이날부터 이틀간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국화를 든 추모객들은 묘역 앞 안내소에 있는 방명록에 ‘벌써 10년이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그립습니다’ 등의 글을 남겼다. 부산 사하구에서 온 전영자씨(75)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고 김해까지 왔다”며 “한국전쟁 때 함경남도 함경에서 군함을 타고 피란 왔는데 노 전 대통령이 좋아서 이곳을 제2고향으로 삼고 틈날 때마다 온다”고 했다. 전남 순천에서 온 박용호씨(65)는 “해마다 방문하려 했지만 일 때문에 못 왔다”며 “내 핀 네 핀(내 편 네 편) 정치이념 같은 것 필요없다. 그냥 (노 전 대통령이) 보고 싶어서 아내와 함께 10주기를 맞아 왔다.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 전날인 22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방문객은 들판에 나 있는 ‘대통령의 자전거 길’ 코스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거나 사자바위, 화포생태습지 등을 둘러봤다. 친환경 로컬푸드 매장인 ‘봉하 장날’에는 봉하마을에서 생산되는 쌀과 농산물을 사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10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장소인 노 전 대통령 묘역 앞 생태공원에는 행사 무대가 설치됐고, 간이의자 3000개가 쌓여 있었다. 추도식에 참석하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경호팀은 오전 내내 부시 전 대통령의 행사 당일 동선 등을 확인하며 경호 상황을 점검했다.

노무현재단이 주관하는 추도식은 23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10주기인 올해 추도식의 주제는 ‘새로운 노무현’이다. 추도식은 국민의례, 유족 인사말, 특별 영상, 추도사, 추모공연, 이사장 인사말,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참배 등의 순서로 진행되며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주최 측은 추모식 당일 김해종합관광안내소~진영역~봉하마을을 오가는 순환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봉하마을 인근 공터 등을 주차장으로 확보해 추모객을 맞을 계획이다. 경찰은 추도식에 5000여명가량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경비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경수 경남지사는 추도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추도식 준비를 주도해온 유 이사장은 22일 모친상을 당했다.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유 이사장은 24일까지 모친의 빈소를 지켜야 해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영접은 유 이사장 대신 천호선 이사가 맡고, 추도식장 인사말은 정영애 이사가 대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무현재단은 유 이사장 모친의 병세가 최근 위독해지자 유 이사장이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이사장은 이날 팬클럽인 ‘시민광장’ 회원들에게 보낸 손편지에서 “어머니는 병상에 계셨던 지난 2년 반 동안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을 여러 차례 표현하셨다”며 “다시는 목소리를 듣고 손을 잡을 수 없게 된 것은 아쉽지만, 저는 어머니의 죽음이 애통하지 않다. 저를 위로하러 오실 필요는 없다”고 했다. 김 지사의 경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항소심 공판 일정과 추도식이 겹쳤다. 김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마음이 아프고 속이 상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도 제가 이겨내야 할 운명 같은 것”이라고 적었다.

김윤나영·봉하 | 김정훈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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