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은 북미서 삼성 제쳐.. 중국, TV 판매량 1위 탈환

강동철 기자 입력 2019. 5. 2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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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TV 전성시대 저무나
점유율 한국 31.7%, 중국 33.5%.. 저가 공세로 판매량·점유율 확대

세계 시장을 석권해 온 한국 TV의 전성시대가 저무는 것일까. 한국산(産) TV가 작년 3분기에 이어 올 1분기도 세계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에서 중국산에 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중국산이 한국산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2일 올 1분기에 전 세계에서 팔린 5178만대의 TV 중 TCL·하이센스 등 중국 TV 업체의 제품이 33.5%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TV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31.7%로 중국에 1.8%포인트 뒤처졌다.

통상적으로 1분기는 연간 TV 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기로 꼽힌다. 중국 TV 업체들이 초반부터 한국을 제치고 앞서 나간 것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한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TV 판매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TV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모두 잡은 중국 TV 업체들이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中 기업에 포위된 삼성·LG

IHS마킷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TV 시장 1·2위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하지만 3위부터 6위는 모두 중국 업체였다. 중국 최대 TV 업체인 TCL은 이번에 10.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 LG전자와 격차는 2%포인트였다. 또 하이센스·샤오미·스카이워스도 나란히 판매량을 늘리면서 점유율을 키웠다. 일본 소니는 작년까지 5%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다 올 1분기에는 4.1%의 점유율을 기록, 7위로 하락했다.

중국산은 중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불티나게 팔렸다. 중국 TCL은 올 1분기 북미 TV 시장에서 26.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동안 북미 시장을 독식해 온 삼성전자는 21.8%의 점유율로 TCL에 뒤처졌다. TCL 제품은 삼성·LG·소니보다 값이 훨씬 싸지만 로쿠 같은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콘텐츠 서비스를 선(先)탑재해 북미 시장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중국 TV 업체들은 자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을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중국 BOE·차이나스타 같은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한국의 8세대보다 앞선 10.5세대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TV 업체에 대량의 디스플레이를 염가에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TV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된 중국 업체들이 판매량과 점유율을 모두 끌어올리고 있다.

◇초고가 TV에 승부 건 한국 업체들 국내 TV 업계는 앞으로 판매량에서 중국에 맞서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맞서려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신 삼성·LG전자는 각각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중심으로 한 초고가 전략으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북미·유럽·한국 등 선진국 시장에 QLED TV를 대거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화소(畵素)수가 기존 초고화질TV(UHD)의 4배인 8K급 QLED TV 판매도 시작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력하게 쥐려 하고 있다. LG전자는 OLED TV 모델 라인업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너무 비싸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가격을 200만원대 초반까지 끌어내렸다. 이를 통해 6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통해 판매량은 많이 끌어올렸을지 몰라도, 아직 고가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초고가 시장 장악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TV 업체는 한국 TV 업체보다 기술 수준이 2~3년가량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분석이 많다. 막대한 판매량에다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붙인다면 과거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를 따라잡았던 것처럼 조만간 프리미엄 시장 진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TV 업체 관계자는 "이미 중국 TV 업체들도 OLED, QLED 기술을 확보하고 양산도 시작한 상황"이라며 "계속 넋 놓고 있다가는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 덜미를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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