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 그대로 데려온 '황교안 한국당'

박순봉 기자 2019. 5.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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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주요 당직자 대부분 친박
ㆍ당내서도 “인물 활용 문제”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자유한국당 주요 당직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황교안 대표(62)가 “박근혜 청와대를 한국당으로 옮겨왔다”는 말이 당에서 나올 정도다. 황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친박계 인사들을 등용하면서 인물들을 폭넓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황 대표의 전략·메시지·정책을 담당하는 인사들 다수는 박근혜 정부 출신이다. 총선 전략을 총괄하는 추경호 제1사무부총장은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일 때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인연이 있다. 황 대표 ‘입’인 민경욱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추 부총장과 민 대변인은 지난 1월 황 대표 입당 기자회견 때 참석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황 대표는 지난 21일 인천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한 뒤 민 대변인으로부터 메모를 받고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도 못하니까 여기서 지금 대변인이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황 대표의 정책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여의도연구원 이태용 부원장은 ‘황교안 국무총리’ 시절 총리실 민정실장을 지냈다. 이 부원장은 황 대표의 지난 2·27 전당대회 캠프 때부터 핵심 역할을 해온 측근이다. 중앙당 사무처의 주요 국·실장도 박근혜 청와대 출신이 주로 맡고 있다. 당 사무처의 주요 부서장인 기획조정국장, 원내행정국장, 공보실장, 당 대표실 보좌역이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다.

그러다보니 ‘박근혜 청와대’가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이 당내에 퍼진 상황이다. 앞서 한선교 사무총장의 당 사무처 직원에 대한 막말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사무처 인사들이 배경에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사무처가 전략부총장에게 당 대표 일정을 직접 보고하면서 한 총장이 소외돼 문제가 터졌다는 것이다. 당시 추 부총장 측에선 부인했지만, 당 안팎에선 이 같은 해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황 대표가 당내 인물을 폭넓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당에선 “탄핵 이후 당이 바뀌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했는데, 결국엔 박근혜 청와대 운영 방식과 달라진 것이 없지 않으냐”는 말도 나온다. 조직이 경직되고 다른 목소리가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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