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1호기 정지' 원전감시센터에 늑장·부실 보고
[경향신문] ㆍ한수원, 사고 5시간 뒤 알리고
ㆍ열출력 폭증·무자격자 조작 등
ㆍ핵심 사안은 아예 전달 안 해
ㆍ주민, 열흘 뒤 언론서 알게 돼
전남 영광군 한빛 1호기 수동정지 사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 측이 지역 원전 감시기구에도 제어봉 시험 도중 열출력이 급증했다는 사실을 자세히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한빛원전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자 시민사회뿐 아니라 지자체도 강하게 우려를 표하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22일 한빛원전민간감시센터와 한수원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한빛 1호기에서 제어봉 시험 도중 열출력이 기준치를 넘어섰던 지난 10일 한빛원전 측에서 문제가 생긴 사실을 감시기구에 처음 알린 시각은 사건 발생 5시간이 지난 오후 3시쯤이었다. 원전민간감시센터는 법령에 따라 원전 운영을 모니터링하고 환경영향을 파악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다.
한수원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단이 현장점검에 착수한 오후 4시 이후 센터 측에 추가로 상황을 설명했고, 당일 밤 10시30분 원전 정지 사실도 통보했지만 열출력이 제한치인 5%를 초과했고 무자격자가 제어봉을 조작했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센터 관계자는 “사건 당일에는 테스트 도중 보조급수펌프가 가동돼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조사를 나왔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열출력이 제한치를 넘었다는 설명은 며칠 뒤인 지난주 후반쯤에야 들었다”며 “무자격자가 제어봉을 조작했다는 것은 열흘 뒤 원자력안전위원회 보도자료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원전 운영사는 언론·인터넷에 공개해야 하는 원전 관련 정보를 감시기구에도 반드시 함께 알려야 한다. 한빛원전과 원안위는 사건 열흘이 지난 20일에야 세부사항을 언론에 공개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에게 따로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이 법령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고 상황을 상세히 전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센터 관계자는 “원전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주민들에게도 정보 공유가 늦었다는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가동중지와 화재 등 한빛원전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던 와중에 열출력 급증 사건까지 벌어지자 지역사회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핵없는세상 광주전남행동 등은 이날 한빛원전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과 총리실에 한빛원전 관리·감독 실패를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환경단체뿐 아니라 지자체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남도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한빛원전을 관리·감독하는 원안위의 직무태만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전남도도 전날 “원안위는 특별조사 내용을 공개하고 원전 안전 감시에 지자체가 참여할 길을 마련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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