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더딘 '오존층 구멍'.."中서 파괴물질 몰래 배출"

정아연 입력 2019. 5. 23. 08:45 수정 2019. 5. 23. 08: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퇴출당했던 '프레온 가스'가 다시 나타났다. '오존층 파괴범'으로 지목돼 사용과 생산이 전면금지된 물질이다. 1987년 국제 협약에 따라 전 세계가 수십 년 간 노력한 끝에, 프레온 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뚫린 오존층의 구멍도 서서히 메워가던 참이었다.

오존층에 구멍이 생기는 이유는 오존 농도가 줄어서이다. 지표면에서 15~30km 높이에 위치한 오존층은 태양 자외선을 차단해 생태계를 보호한다. 이런 오존층이 얇아지거나 구멍이 생기게 되면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이 늘어나고, 강렬한 자외선에 직접 노출되면 사람의 경우 피부암과 백내장 발병률이 높아진다.

프레온 가스는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로 사용됐고, 분무용 제품에서 내용물이 잘 뿜어져 나오도록 하는 추진제로 사용됐다.


현재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은 크기가 우리나라 면적의 약 230배에 달한다. 북미 대륙보다 조금 작다. 1980년대부터 크기가 급격히 커졌다가, 프레온 가스 규제 이후 2000년대 들어서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복세를 보이던 오존층의 구멍이 지난해 다시 커졌다.

오존 파괴물질인 프레온 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다시 늘어난 것이다. 정확히는 프레온 가스의 한 종류인 프레온-11(CFC-11), 2007년 이후 기록상 제조된 적이 없는 물질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조사해봤더니, 2012년 이래 배출량이 25% 늘어났다. 사라진 줄 알았던 프레온 가스를 누군가 불법 제조해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학계와 환경단체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배출지역을 찾아내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오존층 회복이 10년 이상 늦어질 거란 우려가 나왔다. 더 조사해봤더니,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프레온-11 생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찾지 못해 국가를 특정할 수 없었고 규제도 할 수 없었다.

가운데 파란 부분이 프레온 가스 등으로 얇아진 오존층. 국제사회는 2050년까지 오존층을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사진 출처 : NASA 영상 캡처]


그러자 언론과 환경단체가 나섰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환경조사단(EIA)는 중국 산둥성 싱푸 공장의 프레온-11 불법 제조 사실을 폭로했다. 프레온 가스는 냉장고와 건축용 발포 단열재 생산에 주로 쓰인다. 이 지역에는 냉장고를 생산하는 영세 공장들이 밀집돼 있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일부 생산과 사용을 시인했는데, 대규모 불법 생산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중국의 프레온 가스 몰래 생산과 배출 의혹만 커져갔다.

유엔도 뚜렷이 밝히지 못한 의혹을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공동연구진이 사실로 입증했다. 문제는 산둥성과 허베이성 등 중국 동북부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2013년부터 연간 7천 톤 이상의 프레온-11을 뿜어내고 있었다. 몇 년 사이 프레온 가스 증가량의 40~60%에 달하는 양이다. 중점 배출지역이었다. 이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제주시 고산리에 있는 경북대 온실기체관측센터와 일본 오키나와 하테루마 섬의 관측소에서 수집한 프레온-11 농도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대기 중에 떠 있는 극히 적은 양의 화학성분을 잡아내는 기법을 활용했고, 미국, 영국, 스위스 연구진과 협력해 프레온 가스가 확산하는 방향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역추적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북중미, 유럽, 호주에 위치한 다른 관측소에서는 프레온-11 농도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지 23일 자에 게재됐다. 특정 지역과 구체적인 배출 규모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동부지역의 산둥성과 허베이성 등을 중심으로 연간 7천 톤 이상의 프레온 가스가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혹시 과거에 지어진 건물이나 시설 단열재에서 프레온 가스가 여전히 나오고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기존 시설에서 유출되는 프레온 가스의 양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미미합니다." 연구팀을 이끈 박선영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학과 교수는 "우리가 제시한 연간 7천 톤이라는 배출량의 의미는 유엔 오존사무국이 파악하지 못한 프레온 가스의 새로운 생산과 사용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과학적 관측과 분석에 기반을 둔 결정적 증거"라며 "앞으로 유엔을 비롯한 주요 당사국들이 프레온 가스 규제 협약을 지키도록 압박하는데 좋은 근거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사회의 대응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프레온 가스 금지라는 국제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사회가 중국에 무역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아연 기자 (niche@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