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스러움 찍어내는 졸업사진 문화 거부"

조문희·고희진 기자 2019. 5. 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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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이화여대에 대자보 “미용 등 비용만 수만원…여성성 획일화, 중매업체만 좋은 일”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졸업 사진 문화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이화여대에 붙었다.

지난 17일 붙은 대자보 제목은 ‘대학 내 기형적인 졸업 사진 문화를 규탄한다’이다. 대자보는 “졸업 사진이라는 영역은 아직도 공고하게 사회적 여성성을 규정하고 누군가를 억압하며 이화에 살아 숨 쉬고 있다”고 했다.

4~5월은 대학에서 졸업 사진을 찍는 시기다. 일부 여학생들은 돈을 들여 머리와 화장을 한 뒤 촬영에 나선다. 이화여대를 비롯한 주요 여대의 졸업 사진은 결혼정보회사에 넘겨져 회원 모집에 사용된다는 얘기도 있다. 대자보는 “결혼정보업체에서는 국내 주요 대학 졸업 앨범을 수집하여 여성 회원을 확보하고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며 “졸업 사진 문화 속에서 여성은 여성혐오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고 했다.

공과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22)가 이 대자보를 붙였다. 23일 이화여대에서 만난 김씨는 올해 졸업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라인이 부각되는 자세가 아니라 학위를 딴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예쁜 모습을 남겨야 한다는 분위기의 압박이 싫어 도피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문화관 게시판에는 지난 17일부터 ‘기형적인 졸업사진 문화’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김영민 기자

김씨는 현재 졸업 사진 문화는 대학과 사회가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획일적인 이미지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학생회에서 내려온 졸업 사진 (안내) 공지에는 머리가 짧거나, 바지 입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다수 학생이 촬영 전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안경을 벗고 렌즈를 착용하고, 머리 세팅과 메이크업을 위해 5만~10만원의 비용을 들인다”고 전했다.

이 대자보는 학내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수백개의 추천과 댓글이 달렸다. 김씨는 “(졸업 사진 문화에 대한 비판을) 언어로 표현해줘서 좋았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문희·고희진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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