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수원, '한빛 1호기' 사고 안전한 '0등급' 축소 보고

남지원 기자 2019. 5. 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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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광주와 전남, 전북 고창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지난 22일 전남 영광 한빛원전 앞에서 한빛 1호기 수동 정지 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이 한빛 1호기 수동정지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빛 1호기 수동정지 사건의 잠정등급을 ‘정상운전’ 범위에 속하는 0등급으로 판단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고, 사건 초기 자체 조사에서 원자로조종면허 보유자가 제어봉을 조작한 것으로 결론냈다가 뒤늦게 결론을 바꾼 사실도 확인됐다.

23일 경향신문이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원자력이용시설 사건 초기 서면보고서’를 보면 한수원 한빛원자력본부는 한빛 1호기 수동정지 하루 뒤인 지난 11일 이 사건 잠정등급을 ‘0등급’으로 판단해 원안위에 제출했다. 국내 원자력시설에서 발생한 사건은 7등급으로 구성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자력시설 사고·고장 등급’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1~3등급은 외부에 방사성물질 누출이 없는 ‘고장’, 4~7등급은 방사성물질이 외부에 영향을 끼치는 ‘사고’로 분류된다. 등급 외인 0등급은 ‘정상운전의 일부로 간주되며 안전성에 영향이 없는 고장’일 때 매겨진다.

국제 원자력 사고.고장 등급 체계. (자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한 경우 한수원이 초기 원안위 보고 때 잠정등급평가 결과를 함께 제출해야 하고, 잠정등급이 2등급 이상인 경우 IAEA에도 보고해야 한다. 최종등급은 원안위가 분기별로 여는 사건등급평가위원회에서 매겨진다. 국내 원전에서는 지금까지 2등급 사건 3건, 1등급 사건 26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발전소 수동정지까지 이어진 한빛 1호기 사건을 0등급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한 원자력공학 전문가는 “최소 1등급 이상으로 평가해야 하며 운영상의 실수도 안전계통의 일부라고 본다면 2등급으로 평가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1등급은 기기 고장이나 종사자 실수, 절차 결함으로 운전 요건을 벗어난 경우, 2등급은 사고(방사능 누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지만 안전계통 재평가가 요구되는 고장을 말한다. 다른 전문가는 “만일 핵연료봉에 문제가 생겼다면 3등급(방사능 누출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계통의 심각한 기능 상실)이 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안전설비 기능에 문제가 있었거나 방사성물질이 누출된 경우는 아니어서 최초 등급평가 시 세부적으로 매기지 못했다”며 “추후 사건등급평가위가 최종평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이 사건 초기 자체조사에서 원자로조종면허 보유자가 제어봉을 조작한 것으로 결론냈다가 뒤늦게 결론을 바꾼 사실도 확인됐다. 한수원은 지난 11일 자체 조사를 벌여 면허 소지자인 원자로차장이 제어봉을 인출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15일에야 무면허인 정비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결론을 뒤바꿨다. 이 사실이 원안위와 사건조사단에 보고된 것은 사고 6일 뒤인 16일이었다. 한수원은 “초기 조사에서 원자로차장이 제어봉을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이후 자체 조사에서 정비원이 제어봉을 작동한 것으로 확인돼 원자로조종감독자면서 소지자의 지시·감독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종훈 의원은 “초기 조사에서 왜 사실과 다른 결론이 나왔는지, 초기 조사와 2차 조사 사이 결론이 바뀌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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