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부모가 아닌 병원이 한다

박용하 기자 2019. 5. 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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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정부 ‘포용국가 아동대책’

정부가 23일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대책은 학대와 방임, 가정해체로 인해 위험에 내몰린 아이들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학대 등의 이유로 부모와 헤어져 살게 되는 아이들 수는 1년에 4000~5000명에 달하는데, 이들 대다수는 민간기관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동보호를 위한 지자체의 책임도 커진다(경향신문 5월1일자 1면 보도).

학대·방임·가정 해체위기 국가가 나서서 아동 보호 미성년 임산부 등 보호 위해 익명 출산 제도도 함께 도입

정부는 우선 출생신고도 되지 않고 ‘투명인간’처럼 살아가는 아이들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출생통보제란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출생할 경우 부모의 의사와 무관하게 병원이 국가기관에 출생을 알리게 하는 제도다. 그간에는 부모에게 출생신고를 의존했기에 부모가 신고하지 않으면 아이를 버리거나 살해해도 알아채기 힘들었다. 2017년에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신생아 2명의 시신이 냉장고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 미성년 등 위기 임신부가 병원에서의 출산을 피할 수도 있어 출생통보 시 어머니의 이름이나 정보를 감출 수 있는 ‘보호출산제’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아이의 출생사실이 기록되는 게 난처한 이들은 상담을 거쳐 익명으로 출산하게 되는 것이다.

민간에 맡겨왔던 아동학대 조사는 지자체가 직접 수행할 예정이다. 현재는 민간이 운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조사나 판정, 아동과 부모의 분리 등 강제력이 필요한 업무를 하고 있기에 가해자들이 조사를 거부하거나 조사원을 구타하는 등 사건이 생겼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군·구 사회복지 공무원을 늘리고, 이들이 경찰과 함께 학대 조사·판정 등의 업무를 하도록 맡길 예정이다.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은 학대가정에서 위험요소가 사라질 때까지 아동과 부모들의 상황을 살피고 관리하는 ‘사례관리’ 업무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들은 학대뿐 아니라 빈곤이나 유기 등으로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조사하고 관리하는 업무도 맡게 된다.

다만 정부의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지자체의 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다. 현재 시·군·구의 경우 보호가 필요한 아동 수는 평균 196명가량으로 추정되는 반면 담당 공무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성장기 제대로 놀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놀이혁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개 지역을 놀이혁신 선도지역으로 지정하고,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이나 빈 공터 등에 종이상자·폐타이어·밧줄 등으로 만든 비정형적 놀이터를 다수 조성할 예정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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