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압박에 '좌불안석' 통신업계

구교형 기자 2019. 5. 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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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통신 3사는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여파가 향후 국내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LTE(4G)에 이어 5세대(G) 무선망 구축에서 화웨이를 파트너로 택한 LG유플러스뿐 아니라 SK텔레콤과 KT도 유선망에서는 화웨이 제품을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조달받지 못할 경우 대체재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화웨이 공급망에 속한 통신 3사 모두 좌불안석일 수 밖에 없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4일 “화웨이가 부품 공급 차질에 따른 기지국 납품이 불가능할 경우 LG유플러스는 설비투자(CAPEX)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통신 칩은 퀄컴과 브로드컴에서, 통신 기지국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인텔과 오라클에서 주로 구매한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가 각종 부품과 소프트웨어 조달에 사용한 700억달러 가운데 110억달러를 미국 기업들에게 지출했다.

LG유플러스에서 올해 구축 예정인 5G 기지국은 납품 절차가 마무리 단계다. 하지만 화웨이 사태가 장기화하면 내년부터 장비업체와 투자금액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화웨이에서 공급하는 기지국 단가는 개당 1억원선인데 반해 삼성전자 제품은 30%가량 가격이 높게 형성돼 예기치 못한 비용 증가를 감내해야 한다.

또 LG유플러스는 4G 때부터 서울·수도권 등 핵심 지역에서 화웨이 장비를 써왔기 때문에 4G와 5G 장비 사이에 호환 여부가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KT의 경우에도 5G망 구축 과정에서 노키아 장비 수급에 어려움이 생기자 충청·호남 지역 일부를 삼성전자 제품으로 대체했지만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점을 들어 호환 문제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SK텔레콤이나 KT도 화웨이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광전송네트워크 등 유선망에서는 두 회사 역시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네트워크에 활용 중이다. 다만 통신 3사 모두 개인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취급하는 코어망에서는 삼성전자나 미국 시스코 장비를 사용한다. 미국에서 화웨이 장비의 백도어(정보유출 통로) 존재를 의심하고 있지만 코어망에서 화웨이를 배제한 국내에서는 기술적으로 정보 탈취가 불가능하다는 게 우리 통신업계 입장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을 상대로 한 화웨이 거래제한 압박에 역으로 중국에서도 강경한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이 속한 SK그룹은 중국과 반도체·에너지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중국의 영향권 안에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국내 통신사들이 5G 장비업체 선정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화웨이를 배제한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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