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왜 누드 안그렸을까..동서양 아우른 철학자의 답은

권영미 기자 2019. 5. 2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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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동서양 석학들의 이론이나 저서, 지성계의 흐름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서구에서 중국학 최고 거장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철학자 프랑수아 줄리앙(68) 파리 7대학 교수는 서양에서는 고대부터 예술의 모든 장르에서 나타났던 누드화가 중국과 한국, 일본을 비롯한 극동지역에서는 그려지지 않은 데 궁금증을 가졌다.

줄리앙 교수의 책 '불가능한 누드'의 번역자인 박석 상명대 교수는 서양은 물질적인 관점에서 인체를 해부학적인 대상으로 보지만 동양에서는 기의 흐름, 에너지의 개념에서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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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성 ①]佛 석학 프랑수아 줄리앙

[편집자주][세계의 지성]은 동서양 석학들의 이론이나 저서, 지성계의 흐름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첫번째는 서방에서 중국학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프랑수아 줄리앙 파리7대학 교수입니다.

경매에 나온 모딜리아니의 누드화©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서구에서 중국학 최고 거장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철학자 프랑수아 줄리앙(68) 파리 7대학 교수는 서양에서는 고대부터 예술의 모든 장르에서 나타났던 누드화가 중국과 한국, 일본을 비롯한 극동지역에서는 그려지지 않은 데 궁금증을 가졌다.

극동아시아의 누드화 부재를 '절대적인 결핍'이라고 표현한 줄리앙 교수는 미학적·철학적으로 이유를 분석한 결과 중국 등에서는 누드가 '불가능'한 조건 속에 있었다고 말한다. 24일 서울 합정동 교보문고 배움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자신의 번역 저서인 '불가능한 누드'(들녘)와 '풍경에 대하여'(아모르문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가능'과 '불가능'이 갈라지는 지점을 설명했다.

그의 설명은 동서양의 차이에 대한 상식적인 관점을 깬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누드가 '옷'이라는 인위성을 벗어던지게 함으로써 사람과 자연을 뒤섞는다고 믿고 있지만 그에 따르면 이는 사실은 반대다.

즉 줄리앙 교수는 "누드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간격을 더 크게 한다"고 설명한다. 누드는 인간의 고유한 본질을 더 잘 드러내면서 강력한 '추상'과 자연으로부터의 '분리'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화에서 옷을 입은 인물은 도드라지지 않고 풍경 속에 녹아들어있다. 같은 맥락에서 극동아시아에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도 많지 않았다.

줄리앙 교수의 책 '불가능한 누드'의 번역자인 박석 상명대 교수는 서양은 물질적인 관점에서 인체를 해부학적인 대상으로 보지만 동양에서는 기의 흐름, 에너지의 개념에서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경락과 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인체를 파악하기에 극동아시아에서는 누드가 발전할 수 없었고 대신 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옷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에너지는 안과 밖이 통하는 것"이라면서 동양화가 인물의 몸이나 얼굴은 세밀하게 그리지 않으면서 옷 그림을 잘 그리는 이유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안의 에너지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옷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풍경화 속 인물도 바람에 날리는 옷같은 형태로 에너지의 흐름을 표현할 뿐이다. 춘화는 누드화가 아니냐고 해도 답은 마찬가지. 춘화에서 인체는 엉성한 반면 옷은 주름 하나까지 세밀하게 잘 그려진다는 것.

하지만 줄리앙 교수는 그러면서도 서양의 누드가 눈에 보이는 형상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누드의 목표는 감각적 모델을 통해 불변의 이상적인 형상을 찾는 것이라는 말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초월세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만물의 형성에 관여하는 기(氣)와 그 내적 정합성인 이(理)를 서로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줄리앙 교수는 "중국인들이 바위를 그리면서 표현하고자 한 것은 바위를 바위답게 만드는 내적 정합성일뿐 초월적인 이데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설명한다. 초월적이고 이념적일 것 같은 동양과 현실적이고 물질적일 것 같은 서양에 대한 고정 관념이 이 대목에서 한번 더 깨진다.

플라톤 철학을 공부한 줄리앙 교수는 자신이 나중에 중국학을 공부한 것은 이미 한계에 이른 서양 철학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교수는 "자기의 언어에서 나와서 전혀 다른 언어로 사유해야 제대로 철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언어로는 보편성을 찾기에 부족할 뿐 아니라 '거리를 두고 사유하는 것'이 철학이기에 다른 언어로 사유하라는 말이다.

프랑수아 줄리앙 파리 7대학 교수 © 뉴스1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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