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무시하던 美증시 '뒤늦은 패닉'.. 국채금리도 급락

송경재 2019. 5. 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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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세 이제 시작" 비관론 나와.. 中 "美 잘못된 행동 바꿔야" 지적
美는 160억弗 농민지원계획 발표.. 갈등 봉합 가능성 갈수록 줄어.. 기술패권 경쟁도 심해지는 상황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이 금융시장을 다시 나락으로 내몰았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3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고,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미 국채 수익률은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장기전을 대비해 농민들에 대한 160억달러 긴급자금 지원 방안을 내놓고, 중국은 미국에 협박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무역협상 합의 기대감이 급속히 식어버린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폭락세는 시장이 마침내 미중 무역전쟁의 현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으로 이전 냉전시대에서 흔히 나타난 것 같은 '무시 뒤 패닉'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하락세는 이제 시작됐다는 비관도 있다.

■증시급락, 국채 자금 쏠려

미·중이 날 선 발언으로 대립을 보이면서 23일(현지시간) 금융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장중 낙폭이 451포인트까지 벌어지는 급락세를 보인 끝에 286포인트 하락한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 등 3대 지수가 모두 1% 넘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리면서 기준물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 때 2017년 10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중국 상무부가 무역협상 지속을 원한다면 미국은 "잘못된 행동들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힌 뒤 시장이 급락했다. 미국도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가 "안보 기준으로 보자면 매우 위험한" 기업이라면서 화웨이 제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앞서 이날 소니 퍼듀 농무부 장관은 중국의 보복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160억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퍼듀 장관은 특히 오는 7~8월 농민 지원금 1차분이 지급되기 전에 미중 무역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다음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자리에서 양국간 무역갈등 봉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인 셈이다. 래리 페루지 미슐러 파이낸셜 상무는 "시장의 우려가 이전과는 실질적으로 다른 움직임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면서 "중국은 참호를 파고 있고, 상황은 점점 악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뒤늦게 갑자기 패닉?

WSJ은 미중 무역전쟁과 맞물린 시장의 흐름은 냉전과 같은 지정학적 불안 요인에 대한 시장의 전형적인 행동양식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시장은 기술부문에서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갑작스레 패닉에 빠지는 급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최근 움직임은 무역협상 결렬,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에 따른 충격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시장은 이제야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중의 갈등은 관세를 넘어 각국이 기술부문에서 중국이냐 아니면 미국이냐를 선택해야만 하도록 강요하는 형태로 확장됐다. 시장은 지금껏 미중이 서로 기술부문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치고받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다가 이제서야 갑자기 패닉상태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선거 뒤에도 시장은 2개월 동안이나 포퓰리스트 정권이 몰고 올 파장을 무시하다 불연듯 깨달았다는 듯 패닉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QMA의 최고투자전략가 에드 키온은 "전면적인 무역전쟁 위험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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