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통화내용은 기밀사항..공익제보에 해당 안된다"
실형을 몇년 살아야할 사안"
"강효상 의원 제명시켜야"
"유출 책임은 외교부 직원"
강의원 처벌여부엔 이견
민주당, 강효상 의원 檢고발
매일경제가 24일 전임 정권에서 외교부 장관이나 대사 등 외교부 고위직을 역임했던 전직 관료들 의견을 들은 결과 "외부에 유출돼서는 안 되는 기밀이 유출된 것"이라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놨다. '공익 제보' 차원이라는 강 의원 주장과 달리 '기밀 유출'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주일대사를 역임한 신각수 전 대사는 "3급 기밀인 한미 정상 통화는 공개되면 안 되는 것"이라면서 "외교 기밀은 굉장히 취급을 조심해야 한다. 상대방이 있는 사안으로, 비밀을 전제로 얘기를 했으면 서로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외교 기밀은 다른 공공 업무와 달리 엄중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30년이 지나야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라면서 "공익 제보는 근본적으로 행정부처의 행정행위가 잘못돼서 그것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공익이 많이 침해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천영우 전 수석도 "만일 미국에서 이런 유출이 벌어지면 실형을 몇 년을 살아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천 전 수석은 "외교 기밀이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유출되기 시작하면 국가 간 신뢰를 완전히 잃고 언론에 공개될 수 있는 얘기만 주고받게 될 것이다. 한미 간에 신뢰가 깨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MB 정부 외교부 장관 출신 A씨도 "외부에 유출돼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이번 사건은 언급되면 언급될수록 국익에 손해"라고 주장했고, 주중대사를 역임한 한 인사도 "이번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외부로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나올 수 없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인사는 "3급 기밀로 분류돼 있는 사안이면 내용이 X건 Y건 간에 기밀로 취급해야 한다. 기밀 인가를 보고도 바깥으로 누설하는 것은 기밀 보안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공익 제보라는 주장에서 '공익'이라는 부분도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 모호하다. 또 대통령 간 대화가 공익에 포함된다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다만 주미대사관 소속 외교관을 넘어 강효상 의원을 처벌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제명해야 한다"는 강력한 발언과 함께 "입법기관으로서 정보 획득은 도덕적·정무적 책임일 뿐"이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천영우 전 수석은 "의원직 제명 정도 해야 맞는다. 기밀을 못 지키면 공인인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면서 "그런 국회의원을 한국당에 둔다는 것은 집권 자격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밀 유출을 두둔하는 정당이 어떻게 정권을 잡겠다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반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부 직원이 기밀로 분류된 사안을 전달해줬다면 그 직원이 기밀을 누설한 것이다. 강 의원에게 도덕적인 책임이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더라도 강 의원이 아닌 대사관 직원이 (법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차적인 잘못은 기밀 관리를 못한 대사관에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대응을 잘못했다고 대부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원장 직무대행)은 "(처음 강효상 의원이 대화 내용을 공개했을 때)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하기보다는 청와대가 '일단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아직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대응했어야 했다"면서 "정쟁에 휩싸이다 보니 '기밀 누설'이라고 한 것 같은데, 성급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보수·진보 정권과는 관계없이 일본이나 중국 등 인접 국가를 방문하는 미국 국가 원수에게 방한을 요청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외교 문제가 정치권에서 '정쟁 이슈'가 되어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천영우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가 잘하느냐 못하느냐와 상관없이 국가 기강, 정부 기강, 국익에 관한 문제다. 진영 논리나 정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전직 주중대사도 "외교 누설 사건이 발생한 건데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서로 너무 까발리는 게 많다. 모두 우리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유출 사건을 촉발한 주한 미국대사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다음주부터 2주간 예정돼 있으나 이번 사건과 관련한 강도 높은 감사는 일단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적인 기관 운영 감사 범위를 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성용 기자 / 이윤식 기자 /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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