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투기 추락 침묵 뒤엔..美무기로 美와 싸우는 역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란 공군의 F-14 톰캣 전투기 1대가 이란의 이스파한 공군 기지에서 추락해 조종사 등 승무원이 비상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F-14는 미국이 1970년대에 생산한 기종으로, 40년 가까이 이란 공군이 주력기로 운용 중이다.
여기엔 미국 무기로 반미(反美)에 나서야 하는 이란의 현실이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70년대 경쟁국이던 이라크가 러시아산 무기를 들여오자, 미국에서 지원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F-14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이란에 봉쇄에 가까운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군사장비의 보강은 쉽지 않다.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과 검은 커넥션을 통해 거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공력 유지를 위해선 미국에서 부품을 들여가야 하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다.
현재 전투기 보유대수조차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황에서 여차하면 미국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데 이란이 스스로 전력 손실을 공개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톰캣은 여전히 이란 공군의 주력기로 활동하고 있다. 기존 미국이 장착한 AIM-54A 미사일을 넘어 2013년엔 이를 개량한 파쿠르 미사일로 무장을 하기도 했다. 미국 AIM-54A보다 사거리가 15% 길고 무게도 가볍다는 게 이란 측의 주장이다. 톰캣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극심해지면서 이란은 이 전투기의 유지·개량을 극비리에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란이 운용 중인 톰캣 보유 대수는 최소 12대에서 40대까지로 추정된다.
최현호 군사 칼럼니스트는 “이란의 역설계를 활용한 무기 생산 능력은 수준급”이라며 “외국산 무기 수입이 아닌, 자체 개량을 강조함으로써 이슬람 혁명 이후 자주국방을 선전하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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