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집에 왜 왔니"부터 '향나무'까지.. 곳곳의 日잔재

이재은 기자 2019. 5. 2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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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 맞아 곳곳에서 일제 잔재 청산 노력
/사진=이미지투데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왜색문화와 일제 잔재가 남아있는 게 아닌지 짚어보고, 이를 제거하자는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우리집에 왜 왔니'라는 동요 놀이에 일제강점기 '위안부' 인신매매를 다룬 노랫말과 장면이 담겼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는 학계 주장이 나왔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 관장은 '우리집에 왜 왔니' 놀이에서 "꽃 찾으러 왔단다" "A(아무개) 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라는 노랫말이 포주의 인신매매, 특히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소녀들을 데려가는 과정을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전문가는 일본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위안부'와의 관련성 대신 일본 에도시대(1603~1868년) 당시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된 인신매매와 밀접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만일 위안부와 관련이 없더라도 왜색 문화와 밀접해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이달 중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전통놀이문화 전문가를 추천받아 학계 의견을 구하고 정책연구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남 경남 부산 광주 강원 충북 충남 경기 서울 등 각도 교육청에서도 일선 학교들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중이다. 시·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역별로 모든 학교 대상 현황 조사, 친일인사 조형물 철거, 교명·교가·교목 교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제주도내 학교 중 교명에 '제일', '중앙' 또는 '동서남북' 방위가 들어가 일본식으로 이름이 붙은 학교는 제주북초, 구좌중앙초, 제주동초, 제주제일중 등 여러 학교가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처럼 학교현장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없애기 위해 '미래 100년 학교문화 바로 세우기' 계획을 수립했다.

전남 목포여중에 설치돼 있는 일제양식의 석물, 황국식민 서사시가 세겨진 석물의 내용을 지우고 교훈인 '진선미'를 세겨넣었다.(전남도교육청 제공)/뉴스1

전남도교육청도 각 학교 내 일제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조사를 벌였다. 이 결과 115개 학교에서 친일음악가 작곡 교가(18교), 일제 양식의 석물(33교), 일제식 용어 생활규정(64교) 등이 확인됐다. 18개 학교 교가의 경우 계정식(1교), 김동진(3교), 김성태(11교), 현제명(3교) 등의 친일음악가가 작곡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33개 학교의 석물은 일제 충혼탑과 공덕비 등을 모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4개 학교생활규정에 '불량', '불온', '백지동맹', '선동', '불법집회', '동맹휴학' 등 일제식 용어가 다수 포함돼있었다.

경남도교육청도 적극적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를 상징하는 교목·시설물, 친일 음악인이 참여한 교가, 일제식 교단 언어 등을 청산하고자 '일제 잔재 청산, 우리 얼 살리기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10일까지 초·중·고교 전수조사를 거쳤고 향후 △교목 교체 △조두남 등 친일작곡가 교가 교체 △일제강점기 학교장 사진·동상 등 시설물 철거 △일제식 교단 언어·제도 정비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2013년 제58회 현충일을 앞두고 애국 묘역의 상징인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일본산 나무들이 대량으로 심어져있던 게 밝혀졌다. 애국지사 묘역 가는길 가로수로 심어진 가이즈카 향나무들. /사진=문화재제자리찾기 제공, 뉴시스

특히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월17일 본청 중앙 현관 앞 일본 가이즈카 향나무도 뽑아 내고, 우리나라 소나무로 교체했다. 일본 향나무는 일제 강점기에 학교나 관공서에 많이 심어졌고, 100여년 전인 1909년 1월에 이토 히로부미가 대한제국 순종 황제와 함께 대구 달성공원을 찾아 기념식수로 처음 심었다고 전해지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나무다. 이 때문에 앞서 2013년 8월15일 안민석 의원도 "광복 68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인 가이즈카 향나무를 제거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제주도내에만도 일본향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가 초등학교 12개교, 중학교 5개교, 고등학교 4개교 등 21개교가 있다. 또한 제주도내 학교 내에 보유하고 있는 일본향나무는 초등학교 1천318그루, 중학교 300그루, 고등학교 535그루, 특수학교 4그루 등 총 2157그루다.

충북 제천 박달재 정상에는 고 반야월 작사가가 지은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 기념 노래비와 반야월 작사가의 친일행적을 적은 단죄판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사진=뉴시스

이외에도 일제 잔재는 다양한 곳에 남아있어, 청산을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3월부터 일상 업무에서 사용하던 일제 잔재 용어 100개를 파악해 국립국어원에 검토를 요청,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기로 했다. 해경의 순화 대상이 된 단어는 일상 생활에서도 자주 쓰이던 단어들로, △단도리(채비·단속) △엑끼스(진액) △유도리(융통·여유) △고참(선임자) 등 일본어 단어 20개와 일본식 한자어 59개 총 79개다.

서울시는 관련 조례를 개정해 앞으로 일제 잔재 용어인 '근로' 대신 '노동'을 사용하기로 했다. 서울시 조례 일괄정비를 위한 조례를 발의한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일제 시대 때 '근로'라는 단어에는 '일제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근로라는 표현을 노동으로 바꿔야했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등 교원 단체들도 '유치원' 명칭은 일제 잔재 용어라며 '유아학교'로 명칭을 바꿔달라고 정부에 관련 법 개정 건의서를 낸 상태다.

국민 대다수도 사회 전반 일제 흔적 청산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월1~8일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벌인 '3.1운동 100주년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0.1%는 "친일 잔재가 청산되지 않았다", 15.5%는 "청산됐다"고 답했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민간뿐 아니라 지자체도 일제 잔재 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모든 기관이 힘을 모아 잔재를 뿌리 뽑아야 일제 잔재가 뿌리뽑힐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가이즈카 향나무가 최근 전국에서 5만 그루 정도 뽑혔다. 일제의 상징이 제거됐고, 잘못 됐던 게 바로잡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앞으로 꾸준히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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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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