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지킨 '기생충', 황금종려상보다 놀랍다

남형도 기자 2019. 5.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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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기사보다, 스태프들 표준 계약서 작성하고 영화 찍었단 사실이 더 놀랍다."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단 희소식이 칸에서 전해진 26일, 영화계와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나온 반응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스태프들과 표준근로 계약서를 작성해 근로 시간을 모두 준수하고 만든 영화다.

영화계 노동 환경이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터라 더 가치 있는 성과란 평가가 나오는 게 당연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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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들과 '표준계약서' 쓰고 찍은 영화.."이제야 '정상화' 된다"는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 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기생충'으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주연배우 송강호와 함께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황금종려상 기사보다, 스태프들 표준 계약서 작성하고 영화 찍었단 사실이 더 놀랍다."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단 희소식이 칸에서 전해진 26일, 영화계와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나온 반응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스태프들과 표준근로 계약서를 작성해 근로 시간을 모두 준수하고 만든 영화다. 황금종려상 수상 자체 뿐 아니라 영화 제작 과정까지도 조명 받는 이유다. 영화계 노동 환경이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터라 더 가치 있는 성과란 평가가 나오는 게 당연할 수 밖에 없다.

26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개봉을 앞둔 영화 기생충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사진=뉴스1


봉 감독은 기생충 제작 과정에서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하면서 "스태프들과 '표준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영화 '설국열차'(2013년작)와 '옥자'(2017년작)를 찍으며 미국식 조합 규정에 따라 찍는 걸 배웠다고 했다. 8년간 연습한 덕에, 표준근로 계약에 맞춰 '기생충'을 찍는 게 편했다고 했다.

실제 기생충은 총 77회로 촬영을 모두 마쳤다. 근로시간 감축으로 촬영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찍은 것. 주 52시간 제도 시행 이전인 설국열차(2013년작)나 옥자(2017년작) 촬영 횟수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에 한 트위터 사용자(@Udumeori_mandu)는 "콘티와 거의 비슷한 촬영에 카메라 동선까지 이미 계산된 상태에서 촬영했다는 얘기"라고 놀라워했다.

봉 감독은 영화제작비 상승에 따른 고충이 있잖느냐는 물음에, "좋은 의미의 상승"이라 답한 바 있다. 이를 '정상화 과정'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스태프 뿐 아니라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CG(컴퓨터그래픽)를 활용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졌다. 기록적 폭염을 이어가던 지난해 여름, 집 밖에서 아이가 노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너무 위험해 '블루 스크린'으로 처리했단 것. 더위가 가신 뒤 따로 촬영해 합성했다고 한다.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더라도 배우를 보호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 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기생충'으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영화 '기생충'은 이처럼 작품성 뿐 아니라 노동환경 준수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영화계에서 장시간 노동이 관행처럼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015년 고용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OECD 월평균 노동시간(142.16시간)보다 영화계 노동시간(311.9시간)이 169.74시간 더 길다. 한국 월평균 노동시간(171시간)보다 140.9시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시각효과를 맡은 30대 그래픽 제작 노동자 유모씨(33)는 지난 1월2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소재 자택서 숨졌다.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새벽 4시30분 집에 왔고, 오전 9시30분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 평균 14시간 넘게, 주 5일 기준 73시간 넘게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12월 전국영화노동조합 설립 후 노동환경이 나아졌고, 노동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지만, 고착화된 시스템 문제로 암암리에 잘 지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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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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