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해지는 한부모 가정 재정.."생계비·취업지원 절실"
전체가구 평균소득의 56% 그쳐
자립 위한 양질의 일자리 시급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도 필요
[서울경제] 고등학교 졸업을 두 달 앞두고 출산한 A씨는 현재 대학생 미혼모다. 학교를 중퇴한 남자친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키우겠다는 그녀의 결정은 이별로 이어졌다. 이제 그녀는 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를 홀로 책임지고 있다. 사랑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그녀의 자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기저귀부터 젖병, 유모차, 유아용 의복까지 출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육아 관련 비용은 그녀의 삶을 옭매고 있다.
A씨와 같은 미혼모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들이다. 혼자서 일과 양육을 병행해야 하는 한부모 가장으로서는 전체 가구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소득 탓에 아이를 키우는 일은 너무나 막막하다. 여기에 더해 ‘미혼모’라는 따가운 시선은 이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한다.
26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한부모 가구는 총 155만 3,166가구다. 이 가운데 18세 이하 자녀를 둔 이혼·미혼(사별 제외) 한부모 가정은 36만 2,564가구에 달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면서 앞으로 배우자의 죽음과 별개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는 게 입법조사처의 전망이다.
한부모 가정의 열악한 재정을 보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여성가족부는 올해부터 중위소득 52% 이하인 한부모 가족의 아동 양육을 위해 기존 만 14세 미만 자녀에게 월 13만원 지원하던 양육비를 만 18세 미만 자녀까지 월 2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증액했다. 특히 만 24세 이한 청소년 한부모 가정 가장에 대해서는 자녀양육비를 35만원으로 늘렸다. 청소년 한부모 B씨는 “어린 나이에 아이가 생기면 경력이 단절되기 때문에 직업교육이나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재정적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부모 가장들이 원하는 정책적 지원 1순위도 생계비·양육비 등 현금지원이 66%로 가장 높았다. 이외에 주거지원(10.3%), 의료지원(6.6%), 아이 돌봄 지원(5.7%), 직업훈련 지원(3.4%) 등 경제 문제와 관련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재정지원 선호가 높았다.
실제 한부모 가장을 돕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단순 직업교육에서 일자리 매칭, 근무형태 개선 등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직장문화 개선은 300인 이상 사업장이나 공공기관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비정규직·계약직을 전전하는 한부모 가장들의 삶까지 미치기 쉽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좋은 일자리를 매칭하거나 기업 채용에서 한부모 가장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부모 가장이 근무시간에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를 대상으로 아이돌봄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는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최형숙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대표는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한부모 가정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확대해 지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근무시간에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만 해도 한부모 입장에서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지금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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