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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 느는데.. '공시 메카' 노량진의 찬바람

류재민 기자 입력 2019.05.27. 03:05 수정 2019.05.27. 10:24
인터넷 강의 수강생 급증, 학원서 직접 수업듣는 사람 줄어
컵밥집·고시식당 곳곳 문닫아..서점들은 온라인 영업 집중
지난 16일 오후 1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 컵밥 거리. 길에서 서서 먹을 수 있는 컵밥, 팬케이크 등을 파는 노점 28곳이 줄지어 있었다. 주 고객은 노량진 고시촌의 수험생이다.

점심때인데도 노점 가운데 절반 가까운 12곳이 문을 닫았다. 문을 연 가게에도 손님은 한둘뿐이었다. 한 상인은 "거리에 다니는 고시생 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장사를 쉬는 곳이 많다"고 했다.

정부가 수를 늘리면서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은 많지만, 공무원 시험 학원이 밀집해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 경기는 전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7일 오후 찾은 노량진동 '컵밥 거리' 가게 상당수는 문을 닫았고(왼쪽 사진), 노량진역 지하 식당가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조인원 기자
현 정부가 공무원을 증원(增員)한다고 했을 때 노량진 고시촌 상인 가운데는 반기는 사람도 있었다. 이 일대에는 공무원, 자격증 시험 학원 50여 곳이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공무원 시험 인기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9급 국가공무원 시험에 원서를 넣는 사람은 10년 전인 2009년 14만879명에서 올해 19만5322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노량진 학원가 주변 상인들은 "공무원 시험 인기와 노량진 고시촌 경기가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노량진역 근처 지하 푸드코트는 식당 12곳 중 5곳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자리는 120석인데 손님은 20명뿐이었다. 이 푸드코트에 입점한 식당 주인은 "2년 반 전에는 자리가 꽉 차 줄을 서서 기다리다 먹었다"며 "그 이후로 손님이 조금씩 빠지더니 1년 전부터 거의 이런 상태"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노량진 고시촌을 대표하던 고시 식당 2곳이 문을 닫았다. 인근 고시 식당 사장은 "이 일대 식당은 다들 고시생들 상대로 박리다매(薄利多賣) 영업을 해왔는데, 손님은 줄고 인건비와 물가는 올라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노량진 고시촌 이면도로 상가에는 '점포 정리'나 '임대 문의'라고 적힌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박모(66)씨는 5층짜리 건물을 가지고 있다. 박씨는 "1층 작은 점포는 1년째 들어오는 사람이 없고, 2층에 있던 카페는 7년 동안 장사하다 '가게 유지가 어렵다'며 최근 장사를 관두고 나갔다"고 했다.

상인들은 "거리를 다니는 고시생이 확연히 줄었다"고 했다. 직접 노량진 학원까지 오지 않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조익성(25)씨는 "인터넷으로 강의를 생중계해 주는 곳이 많아 굳이 노량진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강유진(29)씨는 "지방 학원에서도 노량진 강의를 실시간으로 중계해준다"며 "마음만 먹으면 생중계 강의로도 노량진 학원가 일과표대로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 관계자는 "인터넷 수강이 늘면서 전체 수강생은 늘었지만 직접 학원에 나와 강의 듣는 수험생이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원모(25)씨는 "유명 강사의 수업은 강의실이 꽉 차지만 일반 강의는 빈자리가 많고, 수강생이 적어 반(班)을 합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직접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이 줄자 노량진 일대 서점들도 매출이 줄었다. 노량진에 매장 3곳을 운영하던 A 서점은 최근 매장을 하나로 줄였다. B서점은 인터넷으로만 책을 파는 온라인 전문 서점으로 영업 방식을 바꿨다. 서점 '고시마당' 박찬수(52) 대표는 "2009~2013년이 노량진의 전성기였던 것 같은데 지금 매출은 그때의 50~60%밖에 되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장사가 안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골목 안쪽 지은 지 10년이 넘은 원룸이나 고시원에는 공실(空室)도 있다. 노량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성민(43)씨는 "수험생들을 상대로 하는 평일 장사보다 직장인들이 움직이는 주말이 장사가 더 잘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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