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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붙는 스커트·진한 화장.. 이런 졸업사진 왜 찍어야하죠?

안규영 기자 입력 2019.05.2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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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올해 졸업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다.

지난주 졸업사진 촬영을 취소한 권모(24)씨는 "추억을 남기기 위한 사진이라면서 화장이며 치마, 구두 등 왜 학교를 다니면서 한 적이 없는 차림새를 하고 찍어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며 "친구들과 함께 촬영기사 한 명을 고용해 일상복을 입고 캠퍼스 안에서 '진짜 우리의 모습'을 찍는 걸로 대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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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탈코르셋 영향, 거부 확산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올해 졸업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다. 촬영 준비가 귀찮다거나 취업 문제로 졸업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딱 붙는 스커트, 진한 화장 등 ‘사회적 여성성’이 극대화된 졸업사진 문화에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7일 ‘기형적인 졸업사진 문화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교에 내걸었다. 대자보에는 “학생 대다수가 졸업사진 촬영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촬영 당일 새벽 숍에 가서 5만~10만원을 내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다” “대학생활 4년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장해온 당신은 지워지고 ‘외형이 아름다운’ 당신만이 인형처럼 남을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글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돼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

김씨는 2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졸업사진 시즌 주변에서 끊임없이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을 어떻게 할지 물었고 나와 뜻이 같은 친구들은 소외감을 느꼈다”며 “문제의식을 공유해 억지로 졸업사진 문화에 참여하는 피해자가 없길 바랐다”고 말했다.

대학 내 인기 있는 행사 중 하나로 꼽혔던 졸업사진 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취업난 등으로 학생들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본격화된 ‘탈코르셋 운동’(여성에게 강요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벗어나자는 페미니즘 운동) 이후엔 사진 촬영 자체를 거부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메이크업 업체 관계자는 “3~4년 전엔 졸업사진 촬영 시즌인 5월, 9월이 되면 예약이 100건 이상이었지만 최근엔 반 토막”이라며 “특히 올 들어 예약자 수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서울 대학 졸업 사진 촬영을 담당한 업체 관계자도 “4년 전엔 한 학교당 신청자가 4000명을 넘었지만 매년 20~30%씩 줄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업계는 탈코르셋운동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지난주 졸업사진 촬영을 취소한 권모(24)씨는 “추억을 남기기 위한 사진이라면서 화장이며 치마, 구두 등 왜 학교를 다니면서 한 적이 없는 차림새를 하고 찍어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며 “친구들과 함께 촬영기사 한 명을 고용해 일상복을 입고 캠퍼스 안에서 ‘진짜 우리의 모습’을 찍는 걸로 대신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졸업사진을 찍은 조모(24)씨는 “최근 ‘안티 페미’ 분위기가 적지 않다보니 졸업사진을 안 찍거나 바지를 입고 찍으면 나도 부정적으로 보일까봐 메이크업을 받고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촬영했다”며 “탈코르셋 운동을 지지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 같아 맘고생을 했다. 후배들에겐 ‘남 눈치 보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졸업생 다수도 이런 문제제기에 공감한다. 4년 전 졸업사진을 찍었던 송모(28)씨는 “당시엔 아무 생각 없이 선배들을 따라서 잔뜩 치장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 와서 사진을 보니 사회에서 정한 ‘여성성’을 따라하려고 애쓴 내 모습만 있더라”며 “이제라도 이런 문제의식이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졸업사진을 찍는 데 치장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대학은 지적이고 교양을 갖춘 시민을 키워내는 곳인데 지금의 졸업사진 문화는 이런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학생들의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는 새로운 사진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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