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할 '소장파' 사라진 한국당.. '갈라파고스 보수' 자초

심우삼 김용현 기자 입력 2019. 5. 2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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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당내 소장파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대표적 소장파였던 정두언 전 의원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한국당은 소장파의 목소리가 전멸한 상황"이라며 "소장파로 인해서 당의 외연이 확대되고 개혁에 대한 유권자의 욕구가 충족되는 것인데, 한국당은 그런 기대가 전혀 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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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대여 기조 속 견제세력 없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자유한국당 황교안(앞줄 오른쪽) 대표와 나경원(왼쪽) 원내대표 등이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열고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18일간의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집회였다. 황 대표는 “현장은 제2의 IMF이자 지옥과 같았고 시민들은 ‘살려 달라’ 절규했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화상이었다”고 페이스북에 소감을 밝혔다. 뉴시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당내 소장파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경 대여 투쟁 기조 속에서 당 지도부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없다보니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외교 기밀 누설 논란과 같은 이슈에 대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입장을 내놓거나 국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당이 총선 전까지 이렇다 할 쇄신 없이 기존 지지층 결집에만 주력할 경우 중도층 표심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회의원 시절 대표적 소장파였던 정두언 전 의원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한국당은 소장파의 목소리가 전멸한 상황”이라며 “소장파로 인해서 당의 외연이 확대되고 개혁에 대한 유권자의 욕구가 충족되는 것인데, 한국당은 그런 기대가 전혀 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안에서도 지도부에 고언을 할 만한 소장파 그룹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 있었던 ‘새정치수요모임’(17대 국회), ‘민본21’(18대 국회) 같은 소장파 모임은 20대 국회 들어 명맥이 끊겼다는 평가다.

한때 보수 정당 내 소장파의 대명사였던 ‘남·원·정’(남경필 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당을 떠났거나 정계를 은퇴했다. 새정치수요모임에서 당시 박근혜 당대표를 향해 개혁을 요구했던 유기준·주호영 의원은 4선 중진이 되면서 더 이상 당내 개혁 성향이 아니다. 20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 주축의 ‘새벽’과 초·재선 모임인 ‘통합과 전진’이 결성됐지만 모두 당 지도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쓴소리를 하지는 않고 있다.

견제 세력이 없다보니 정치 현실과 동떨어진 한국당만의 ‘갈라파고스화(化)’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당은 5·18 폄훼 의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로 여야 4당으로부터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들었다.

강효상 의원의 외교 기밀 유출 논란에 대해서도 여야 4당이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한국당만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웠다. 황교안 대표의 장외 행보를 두고도 한국당은 “국민의 절망과 눈물을 확인한 진짜 민생 행보”라고 자평했지만, 다른 정당들로부터는 “집 나갔다” “지지층을 향한 대장정”이라는 비아냥만 들었다.

지난 23일 한국당 ‘밀레니얼세대 간담회’에서도 당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한국당의 젊은 구성원들은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 없다” “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경직되고 수직적이다”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한국당의 ‘좌파독재’ 구호에 대해서도 “올드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결 구도가 심화되면서 지도부와 다른 의견을 제기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갖고 있는 당 지도부에게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가는 공천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소장파 그룹에 속했던 한 중진 의원은 “현재는 의원들이 지도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지만 중도층을 확장하기 위해선 결국 당 안에서 개혁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며 “총선이 가까워지면 당내에서도 지금보다는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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