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토토로"..18년 만에 돌아온 '숲의 정령'

김지혜 기자 2019. 5. 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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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영화 ‘이웃집 토토로’ 재개봉
ㆍ내달 6일, 디지털 고화질 버전…섬세한 작화 생생히 되살아나
ㆍ‘마녀 배달부 키키’도 추진 중

토토로의 교통수단인 고양이 버스와 사츠키·메이 자매가 함께 있는 <이웃집 토토로>의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제공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1990년대 후반의 어느 날로 기억한다. 외삼촌이 재미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영화 <이웃집 토토로>(1988)의 불법 복제 비디오를 가져왔다. 국내 개봉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인 2001년에야 이뤄졌지만, 영화 애호가 사이에선 ‘볼 사람은 이미 다 본’ 영화로 통용되던 때였다. 불법인 줄도 모르고 넋놓고 봤다. 당연히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거장의 이름도, 그가 이끄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름도 몰랐다. 확실히 알았던 것은 ‘토토로’라는 부엉이와 곰을 섞은 듯한 정체 모를 동물에 흠뻑 빠져버렸다는 사실뿐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이웃집 토토로>가 디지털 리마스터링(필름 영화의 고화질 디지털 복원)판으로 다음달 6일 재개봉된다. 국내 개봉 후 18년, 일본 개봉 후 31년 만의 일이다. 최근 몇 년간 극장가에선 명작 영화들의 ‘후광 효과’에 기댄 재개봉 열풍이 계속됐던 터라, 그 일환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토토로의 귀환은 단순히 안전한 ‘흥행 로드’를 타려는 상업적 의도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지브리가 지켜온 작품에 대한 애정과 철학 덕분이다.

지금까지 DVD·블루레이 외에는 합법적으로 <이웃집 토토로>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는 물론이고 VOD 이용도 불가능하다. 이는 작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지브리의 선택이다.

스즈키 도시오 지브리 대표이사는 지난 4월 야후 재팬과의 인터뷰에서 OTT에 서비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싸구려 취급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VOD 등의 부가 판권, 캐릭터 상품 판매 수입에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을 강조하기도 했다.

의도는 적중했다. 지난 21일 시사회에서 토토로와의 재상봉은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토토로를 불법 복제 비디오로만 접했던 어른도, 캐릭터 상품으로만 만났던 아이도 극장에서 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비디오로 워낙 여러번 돌려 본 영화인데 극장에서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히사이시 조의 사운드트랙이 극장을 가득 채우자, 가슴이 이미 동당거리기 시작했다. 영화는 잃어버린 ‘동심’을 태연하게 돌려준다. 1950~1960년대로 추정되는 일본의 한 시골마을, ‘귀신 집’이라 불리는 낡은 집으로 이사온 자매 열한 살 사츠키와 네 살 메이의 설레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호기심 많은 메이가 누군가 흘린 도토리를 쫓아가다가 만난 토토로는 곧 자매의 친구가 된다. 커다랗고 보드라운, 무서우면서도 상냥한 도토리 숲의 정령 토토로는 사츠키가 건넨 아버지의 우산을 소중히 간직한다. 그렇게 토토로는 자매의 ‘믿는 구석’이 되어간다.

비밀 기지에서 만나는 상상 친구부터 도처에서 튀어나오는 도깨비와 귀신의 흔적까지…. 어린이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온갖 요소들이 지브리 특유의 낭만적이고 섬세한 작화로 생생히 살아났다.

탄생 3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이웃집 토토로>는 중국에서 최초 개봉돼 상영 시작 5일 만에 흥행 수입 1억위안을 돌파하며 열풍을 일으켰다. 당초 한국에서도 30주년 기념으로 개봉이 예정됐지만 배급사의 사정으로 상영이 다소 지연됐다. <이웃집 토토로>에 이어 2007년에 국내 개봉했던 <마녀 배달부 키키>(1989)의 재개봉 역시 추진되고 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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