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향신문] ㆍ5개 광역시 도입한 ‘수입금 관리형’, 버스회사의 전횡에도 속수무책
ㆍ김현미 국토부 장관 “부총리와 ‘현재 준공영제 옳지 않다’ 생각 같아”
ㆍ지자체에 면허·운영권, 업체는 운영권 입찰경쟁 ‘노선 관리형’ 검토

정부가 도입 15년 만에 버스 준공영제 손질에 나선다. 현행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업체들의 노선 소유권을 인정하고 정부가 운영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감시가 약해 버스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세종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홍남기 부총리나 저나 똑같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준공영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준공영제 전면 실시에 앞서 어떤 모습의 준공영제를 실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과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김 장관이 언급한 현행 버스 준공영제 모델은 수입금 관리형으로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부산과 대전, 대구, 광주, 인천 등 5개 광역시가 도입했다. 수입금 관리형은 민간이 노선 소유권을 갖고 운영한다는 점에서 버스 민영제와 같다. 다만 정부가 운영비용을 모두 보전하는 대가로 민간버스 업체들로부터 배차권과 노선 조정권 등을 확보했다.
수입금 관리형은 수익노선 집중, 불규칙한 간격 등 문제점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스업체 입장에서도 일정 수익을 보장해 버스 서비스를 안정화하는 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버스업체의 이익을 보전하는 데 기준이 되는 표준운송원가 산정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표준운송원가는 버스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지자체가 업체에 주는 지원금의 근거가 된다. 운전직 인건비와 연료비, 임원 급여, 정비직 급여, 정비비, 적정 이윤 등으로 구성된다. 표준운송원가를 정할 때는 버스사업조합과의 협상을 거쳐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치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일부 항목에서 비용을 줄이더라도 임원 인건비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과 무관한 데 쓰일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사회공공연구원이 펴낸 ‘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와 공공성 방향’을 보면 2014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44곳 버스업체에서 정비직 인건비를 덜 지급하는 방식으로 총 44억1000만원을 업체 수익으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기간 정비직 인건비와 달리 임원 인건비는 서울시가 애초 지급한 금액보다 더 많이 지출했다. 서울시는 표준운송원가 산정에 따라 임원 인건비로 86억원을 지급했지만 업체들은 총 262억원을 지급했다. 인천시에서도 2017년 한 임원이 여러 업체에 등록해 중복으로 임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버스업체가 전횡을 하더라도 지자체는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마다 버스 준공영제 운영 조례가 거의 없고, 있어도 미흡하다”며 “버스정책위원회는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광역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할 때,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원 마련을 떠나 업체가 노선을 소유하는 현행 준공영제 시스템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는 버스노선의 면허와 운영권을 지자체가 갖되, 입찰경쟁을 통해 버스업체에 일정 기간만 운영권을 위임하는 ‘노선 관리형 준공영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노선 관리형은 공공이 노선을 소유하기 때문에 수입금 관리형보다 지자체가 버스노선을 조정하는 데 용이하다. 경기도는 버스업체에 성과 이윤도 노선별 서비스 평가 후 평가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경기도 모델인 노선 관리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조만간 준공영제 시행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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