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짬뽕".. 벤처 스타들 설전으로 번진 '타다 논쟁'

- 김정호 네이버 공동창업자
"아버지가 오랫동안 택시 기사.. 그냥 앱이나 하나 만들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된다"
- 이재웅 다음 창업자
"면허 사들인다고 문제 해결 안돼.. 국민의 안전·편익 살펴봐야"

한국 벤처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와 다음의 두 창업자가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를 놓고 소셜미디어(SNS)에서 맞붙었다. 네이버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지난 23일 "타다가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자,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쏘카 대표가 26일 "면허를 사는 것으로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재웅 대표는 현재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실질적 대주주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줄곧 '택시업계가 IT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정호 대표는 27일 "그냥 앱이나 하나 만들어서 영업하면 되느냐"며 "웃기는 짬뽕"이라고 했다. 이재웅 대표의 논리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택시 기사를 오래 한 교통 가족"이라고 했다.

◇"면허 사들여야" vs "해결책 안 돼"

김 대표는 27일 새벽 자기 페이스북에 "왜 서민은 돈을 1억원이나 모으고, 그 돈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사야 하느냐"면서 "(우버나 대기업은) 그냥 아무런 면허권 취득도 안 하고 카니발이나 사고, 아무나 써서 운행하면서…. 4차 산업이 어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우버나 타다 같은 서비스가 쉽게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다. 26일 이재웅 대표가 "많은 사람이 개인택시 면허권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게 그렇지 않다"고 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이재웅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개인택시 기사는 권리금을 투자하고 자동차를 사고 자기의 노동을 투입해서 연간 3000만원 정도 버는 자영업 노동자"라며 "택시 면허를 사들인다고 (택시 기사의 생존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업체들끼리 이야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민의 안전과 편익, 사회적 비용 등을 다 같이 살펴보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타다가 면허를 사는 아이디어는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전 포티스 대표도 냈다. 그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타다가 요즘 6500만원 정도인 택시 면허를 사들이고, 정부는 이 면허를 타다와 같은 사업 면허로 전환해주면 어떨까"라고 썼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타다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이유로 '타다 같은 서비스 때문에 개인택시 면허 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김정호 대표는 이찬진 전 대표의 주장을 지지하며 "전국 지역별 번호판의 50%를 (타다 같은) 신규 사업자가 살 수 있게 하자. (…) 수요가 있으면 번호판 값도 다시 오를 것"이라는 구체적 아이디어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타다 빼고 다른 카풀은 고사 직전"

이번 논쟁은 택시 업계와 타다 간 갈등의 이면에 숨어있는 사회적 집단 간 이해관계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이 대표하는 중산층 이하 근로자 집단과, 타다가 대표하는 혁신 산업 주도 집단 간 견해차가 크다는 것이다. 결국 기술 혁신에 따른 부(富)의 재분배 문제라는 것이다.

본지와 통화하며 김정호 대표는 "아버지가 택시를 오래 하셔서 상황을 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서 "혁신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기존 업계를 무시하고 가는 행태는 가당치 않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잘하고 있다고 우리도 무조건 도입해야 하는가"라며 "한국 상황에 맞는 (공유 경제)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면허 매입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 경제라는 혁신을 통해 기존 시장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창출되는 '부'를 기존 시장 참여자인 개인택시 기사에게 분배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반면 이재웅 대표는 공유 경제로 인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가로막지 않으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함께 문제를 풀어가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택시 면허 매입 여부보다 노령 택시 기사분들의 생활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이런 것에 대해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더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고령의 개인 기사분들이 면허를 매각하지 않고 몇 백 명 계신 것은 현재 수익이 면허를 매각해서 얻는 금융 수익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한 바 있다.

카풀 업체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지금 (타다를 제외한) 다른 업체는 다 고사 위기"라며 "국토교통부가 카풀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제대로 논의도 하기 전에, 택시 면허 거래 같은 이슈로 소모적 싸움이 벌어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