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병사 전투장비에 '메이드인차이나' 도입 논란

이근평 2019. 5. 2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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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플랫폼 핵심 조준경 사업
납기 일정, 가격 측면서 H사 경쟁력 갖춰
H사 제품 해외선 '중국산'으로 판매도
H사측 "우리는 미국업체, 중국서 하청할 뿐"

육군이 추진 중인 워리어플랫폼 사업을 놓고 시작부터 '중국제 도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도트 사이트(dot sight·조준경) 도입 사업에서 중국제로 알려진 제품이 선정될 가능성이 등장하면서다.

워리어플랫폼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낡고 뒤떨어진 개인 전투원의 피복·장비·화기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육군의 사업이다. 조준경은 소총을 사격할 때 빠르고 정확한 조준을 도와주는 전자 광학장비다. 육군은 조준경을 시작으로 워리어플랫폼 1단계를 2023년까지 끝낼 계획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육군은 조준경 사업 설명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육군은 이 자리에서 이번 달 조준경 입찰을 공고한 뒤 다음 달 제안서 평가, 9월 기종 결정 등 절차를 거쳐 올해 내 1차 납품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낙찰을 받은 업체는 총 수량 8000여 개 중 1차 물량인 절반(4000여 개)을 연말까지 납품해야 한다.

워리어플랫폼 조준경 유력 업체로 꼽히는 H사 제품[H사 홈페이지]

그런데 육군이 제시한 일정과 수량을 맞출 수 있는 업체는 H사와 스웨덴의 A사 정도라는 게 방산업계의 중론이다. 또 가격 경쟁력에서 H사 조준경이 결정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조준경 도입 전체 예산(45억원)을 따져보면 개당 50만원 정도다. 400달러(약 47만 5000원) 수준인 H사 조준경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 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스웨덴 A사 조준경은 소매가격으론 800달러(약 94만 8000원)를 웃돈다.
해외의 총기 전문 사이트인 더 파이어암 블로그(The Firearm Blog)에 올라온 H사 조준경 사진. 중국제(MADE IN CHINA)가 표기돼 있다. [The Firearm Blog 캡처]

문제는 H사 조준경이 중국제라는 지적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H사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핵심 부품 생산과 제품 조립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캐나다와 유럽에선 H사 조준경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고 표기하고 있다. 군사잡지 '플래툰'의 홍희범 편집장은 “중국 제품을 선정한다면 미ㆍ중 갈등 상황에서 미국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뿐더러 중국 업체로부터도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리어플랫폼 액서서리를 이용해 주간사격 조준을 하는 모습. [사진 국방부 기자단]

H사 조준경은 미군에선 정식으로 채택된 적이 없다. 이때문에 미군과의 장비 호환성이나 미군이 중시하는 장비 보안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한다.

H사 측은 이같은 견해를 반박했다. H사 조준경의 한국 수입사 관계자는 “H사는 미국 회사이고, 중국에 하청 업체를 두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H사가 육군에 입찰하는 조준경은 민수(사냥)용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통해 군용으로 새로 만든 것”이라며 “한국에서 일부 조립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H사 제품에 대해 A사 제품과 유사한 성능을 증명한 공인 기관의 시험성적서를 갖고 있다"며 “헝가리군과 에스토니아군이 H사 제품을 채택했다”고 강조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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