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작극 드러난 '인보사', 상처 입은 한국 바이오산업

입력 2019. 5. 2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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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 품목 허가를 받기위해 허위자료를 작성,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코오롱은 3700여명의 환자가 치료받는 동안 약의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 굴지의 재벌기업이 서류를 조작해 신약 허가를 받고, 국민들이 고통받든 말든 성분이 달라진 약을 알고도 판 것이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였다. 두 개의 주사액으로 1, 2액 모두 연골세포여야 한다. 그런데 식약처 검사결과 2액에서 신장(콩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한다. 신장세포는 암세포를 유발할 수 있는 종양원성을 가지고 있다. 코오롱은 시판 전에 2액에 삽입된 성장촉진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가 달라진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고 한다. 또 시판 허가 직후 2액이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판매를 강행했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국민 생명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코오롱은 개발단계에서 2액이 왜 신장세포로 바뀌었는지, 그 경위조차 모른다고 한다. ‘위험한 가짜약’을 팔면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사건은 2005년 ‘황우석 사태’를 연상케 한다. 14년이 흘렀는데도 유사한 사건이 재발한 것은 보건당국의 안이함이 가장 큰 원인이다. 코오롱이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1·2액 모두 연골세포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1액+2액’과 2액을 비교한 자료를 제출했다. ‘신장세포+연골세포’와 신장세포 비교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그런데 1, 2액 모두 연골세포로 판단하고 허가를 내준 것은 식약처였다. 이번 검사 결과는 식약처가 ‘눈 뜬 장님’이었음을 말해준다.

바이오산업은 2016년 기준 세계시장 규모가 1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정부도 203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6%, 500억달러 수출을 약속한 분야다. 인보사 사태는 국내 바이오산업에 대한 국제적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유전자 치료제 등 국내 바이오산업 분야의 위축도 우려된다. 그런데 식약처가 내놓은 대책은 인보사에 대한 허가 취소와 제조사 및 대표 형사고발, 투여환자 15년간 추적관리, 단계별 안전·품질관리 기준 마련 등이 전부다. 식약처 자체에 대한 반성이나 징계는 물론 국민과 투여 환자들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제2의 인보사 사태’를 막으려면 식약처 개편, ‘징벌적 손해배상’ 등 범정부 차원의 근본적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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