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등교거부 이끈 16살 소녀 "자폐증 때문에 가능했다"

김성탁 2019. 5.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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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거부 '툰베리 효과' 스웨덴 소녀 인터뷰
"주말에 시위했으면 아무도 신경 안썼을 것
부모는 반대, 학교가 학업 지장 없게 도와"
기후변화 영화보고 우울증 겪다 행동 결심
노벨평화상 후보인데 "상 관련 운동 아냐"
"지도자들이 책임지면 난 안해도 되는데.."
그레타 툰베리 [Anders Hellberg, 툰베리측 제공]
26일(현지시간)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가장 큰 변화는 진보 성향 녹색당의 약진이다. 기후 위기를 의제화한 것은 정치권이 아니라 10대들이었다. 특히 스웨덴에서 금요 등교거부 운동을 시작한 16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중심이다.
그가 시작한 '환경을 위한 학교 파업'은 전 세계로 퍼졌다. 선거가 치러지던 지난 24일 125개국 1600여개 도시에서 학교 동맹파업이 진행됐다. 더타임스는 이번 선거에서 젊은이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중시하는 정당을 찍었다며 '그레타 툰베리 효과'라고 표현했다.
그레타 툰베리 [Anders Hellberg, 툰베리측 제공]
툰베리는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내가 주말에 시위를 했다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등교거부 시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부모는 학교 결석에 반대했다고 툰베리는 전했다. 학교 측의 도움으로 학업을 보충하고 있다고 했다.

노르웨이 의원들이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툰베리는 “명망 있는 상에 후보로 추천된 것은 좋지만, 이 운동은 상에 관한 게 아니다"며 “우리가 미래를 가질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자폐증과 비슷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툰베리는 “기후 변화에 관한 영화를 친구들과 봤는데, 그들도 신경을 쓰긴 했지만 난 큰 불편을 겪었다"며 “나에게 자폐증과 같은 증상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24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 [AP=연합뉴스]

Q : 스웨덴 의회 앞에서 정부에 배출가스를 줄이라는 1인 시위를 한 데 이어 금요 등교거부 운동을 시작했는데, 어떤 생각에서였나.
A : “파리기후협정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는 조처를 국가조차 거의 하지 않더라. 그래서 학교 거부 운동에 나섰다. 배출가스 등 감축할 것이 엄청난데다 평등과 정의라는 측면에서도 파리협정은 전 지구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나도 가능한 한 많이 노력하는 게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했다.”

Q : 학교에 빠지면 결석 처리될 텐데 시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학교 측과 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
A :“대부분 학교에서 결석 처리가 된다. 등교 거부 시위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필요했다. 이전에 수많은 행진을 하고 시위도 해봤지만 얻은 게 별로 없었다. 부모님은 결석하고 환경 운동을 하는 내 계획을 지지하지 않았다. 우리 학교는 내 열정이 좋다며 도움을 줬다. 수업 일정을 조정해 금요일 빠지더라도 모든 학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해준다.”
24일 미국 뉴욕에서 학생들이 기후 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Q : 학교 파업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A : “타이밍과 방법이 옳았다. 대다수 어린이와 청소년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모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행동할 수 있는 충분한 인원이 있다. 정치인들이 많은 것을 약속하고 사람들도 기후 위기에 대해 걱정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오염 배출량이 급감하는지를 확인하는 거다. 지금도 여전히 증가 중이다.”

Q :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는데.
A :“이 운동은 상에 대한 게 아니다. 수많은 주요 인물에게 내가 얘기했지만, 대부분 별로 신경 쓰지 않더라. 다른 이들에 비해 많은 권력과 책임을 가진 이들이 많지만, 기후 위기와 관련해선 모두가 평등하다. 나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 위기를 알리는 데 집중한다. 내가 혼자 대통령에게 말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테니, 같은 목소리를 낼 이들이 필요하다."
그레타 툰베리 [Anders Hellberg, 툰베리측 제공]

Q :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언제 처음 인식했나.

A : “8~9살 때쯤 심각함을 깨달았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데,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데 도움을 준다. 독창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기후 변화에 관한 영화를 다른 학생들과 함께 봤다. 그들도 끔찍하다고 여겼지만, 곧 괜찮아졌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외로움을 많이 느꼈고 매우 우울해졌다. 먹는 것도 못 먹고,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몇 년 후 기분이 나아지자 행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비슷했다면 (관련 운동을 하는) 그룹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남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혼자 하기로 했다. 자폐증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Q : 한국에서 10대는 입시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쓴다. 학교가 결석 처리하면 불이익이 걱정될 수도 있다. 다른 나라 10대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A :“모두에게 한 가지 방법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학교 시위를 오후에만 할 수도 있고, 어떤 곳에선 저녁에 하기도 한다. 금요일 마지막 수업만 안 가거나, 방과 후에 참가하기도 한다. 이 운동은 이미 강력해졌기 때문에 참여할 방법은 여러 가지다. 물론 학교 파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의 목소리를 알릴 방법은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레타 툰베리 [Anders Hellberg, 툰베리측 제공]

Q : 장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게 있나.

A : “그런 건 생각하고 있지 않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지도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그들이 그렇게 하면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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