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여권재발급 신청한 그 사람, 알고보니 11년전 사기범

황국상 기자 2019. 5. 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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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황국상의 침소봉대] 법원 "여권발급 거부로 침해된 해외체류 자유, 형사사법 공익보다 우월하지 않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에서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망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귀국하지 않은 채 11년만에 외국 소재 한국 영사관에 여권 재발급을 신청했다가 거부 처분을 당하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A씨가 외교부를 상대로 지난해 8월의 여권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A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여권발급 거부처분으로 A씨가 반드시 귀국해야 하는 관계로 해외체류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사익 제한의 정도가 공평·타당한 형사사법과 정의의 실현이라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07년 3월부터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5500만원을 빌렸다. A씨는 이 중 3000만원에 대해 그 해 5월14일까지 갚겠노라는 취지로 약속어음을 대여자에게 발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A씨는 이 돈을 갚지 않은 채 5월9일 호주로 도망쳤다.

호주로 떠난 후 11년째가 된 지난해 A씨는 호주 소재 한국 영사관에 여권재발급을 신청했다. 영사관은 A씨에 대한 신원조사를 한 결과 △2007년 7월에 A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A씨를 사기죄로 고소한 사실 △A씨에 대해 기소중지와 지명수배 조치가 내려진 사실을 확인하고 A씨에게 여권발급 수수료를 반납한 후 신청을 반려하는 처분을 내렸다.

여권법은 △장기 2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돼 있는 사람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중지되거나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 중 해외에 체류한 사람 등에 대해 여권의 발급·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없이 돈을 빌린 것이 아니므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부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며 "설령 사기죄를 범했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사기죄 고소 등을 이유로 발급거부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는 해외에서 거주할 때 유일한 신분증명 수단인 여권을 상실하게 돼 매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여권 재발급 거부처분은 해외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국가가 저버린 것으로 비례원칙에 반하고 원고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같은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이 발급한 약속어음 지급기일 이전에 출국해 귀국하지 않고 있는 점, 대여자에게 출국 전에 돈을 갚았다고 주장하지만 그 내역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점, 호주에서 매월 약 200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지불하며 거주하는 등 호주에서 수입이 있었거나 현재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A씨가 차용 당시 변제의사 및 능력이 존재했다고 단정할 수 없음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사기죄의 범행의사가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는 얘기다.

또 "A씨는 전자통신 등을 통한 조사를 요구하며 귀국을 통한 기소중지 및 지명수배 해제를 극구 거부하고 호주 당국에는 난민체류 자격에 유사한 보호비자까지 신청해가며 체류를 연장해오고 있다"며 "A씨는 출국 당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어서 여권의 발급·재발급 거부대상자에 해당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로 하여금 형사사법 절차에 응하도록 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하도록 하는 것은 형사사법과 정의 실현이라는 공익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수사기관으로서는 A씨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이고 다른 조사방법으로 피의자인 A씨에 대한 조사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A씨와 A씨 가족의 생활기반과 재산이 외국에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A씨의 사익제한 정도가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며 "A씨가 귀국을 간접적으로 강제당한다더라도 국내에서의 거주이전 자유에는 전혀 제한이 없다. 거주이전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라고도 보기 어렵고 비례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했다.

◇관련조항
여권법
제12조(여권의 발급 등의 거부ㆍ제한)

① 외교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
1. 장기 2년 이상의 형(刑)에 해당하는 죄로 인하여 기소(起訴)되어 있는 사람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인하여 기소중지되거나 체포영장ㆍ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 중 국외에 있는 사람
2. 제24조부터 제26조까지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사람
3. 제2호 외의 죄를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사람
4. 국외에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ㆍ질서유지나 통일ㆍ외교정책에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출국할 경우 테러 등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큰 사람
나. 「보안관찰법」 제4조에 따라 보안관찰처분을 받고 그 기간 중에 있으면서 같은 법 제22조에 따라 경고를 받은 사람
② 외교부장관은 제1항제4호에 해당하는 사람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려고 할 때에는 미리 법무부장관과 협의하고 제18조에 따른 여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③ 외교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 사실이 있는 날부터 1년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동안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
1. 제1항제2호에서 규정하는 죄를 범하여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그 형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사람
2. 외국에서의 위법한 행위 등으로 국위(國威)를 크게 손상시킨 사실이 재외공관 또는 관계 행정기관으로부터 통보된 사람
④ 외교부장관은 제1항이나 제3항에 따라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이 거부되거나 제한된 사람에 대하여 긴급한 인도적 사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사유에 따른 여행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는 여권을 발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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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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