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실급식만도 못한 '부실 회삿밥'..컵라면 나온 날 '뚜껑'열린 노동자들

김지환 기자 2019. 5. 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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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북 구미의 반도체 부품업체 KEC가 노동자들에게 단가 1700원짜리 식사를 제공해 빈축을 사고 있다. “기업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식단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속노조 KEC지회는 29일 “올해 임단협 협상을 앞두고 식사 질 개선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식사 개선 투쟁이 21세기인 2019년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회는 지난 28일 발행한 소식지에서 “23일 배식된 조식은 밥에 김치, 동그랑땡, 요구르트, 국이었다”며 “부실해도 너무 부실하다. 이 밥 먹고 일 못한다”며 회사를 비판했다. 이어 “그나마 예전에는 닭다리가 흔하게 특식으로 나왔는데 이제는 특식이 더 형편없다. 멀건 국수와 김치, 라면과 김치, 단무지, 심지어 왕뚜껑까지. 왕뚜껑 나왔을 때 진짜 뚜껑 열렸다”며 “600명 넘는 사람이 일하는 회사에서 왕뚜껑을 식사로 주는 곳이 있을까”라고 했다.

컵라면 중식. 금속노조 KEC지회 제공
지난 23일 조식. 금속노조 KEC지회 제공
지난 23일 석식. 금속노조 KEC지회 제공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회사 정문에서 “음식 끝에 마음 상한다. 식사 질 개선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KEC지회 제공

서울시의 경우 급식 단가(식품비 기준)는 초등학교 3042~3619원, 중학교 3208~3629원이다. KEC의 단가는 서울시 학교 급식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인 셈이다. 지회가 최근 사원들을 대상으로 식사 질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77%가 식사에 불만이 있다고 답했다.

지회는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단가는 제자리걸음이니 재료는 대부분 가공식품이고 갈수록 식사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콩나물국 나오는 날에 콩나물 무침 주고, 무국 끓이는 날에 무생채 나오고, 계란말이 나오는 날에 계란국이 나오곤 한다. 단가 1700원에 맞추다 보니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희 지회장은 “수년 전부터 식사 질 개선 요구를 하고 있지만 사측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회는 최근 “음식 끝에 마음 상한다. 식사 질 개선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선전전도 진행하고 있다.

식단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자 “아니 무슨 간식도 아니고…” “우리가 21세기를 사는 게 맞나요?” “사측 임원들도 이렇게 먹고 일할까”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KEC는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진 사업장이기도 하다.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로 노조에 손해를 입힌 만큼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도 최근 나왔다.

KEC는 2010년 6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직장폐쇄를 하면서 ‘직장폐쇄 대응전략’이란 문건을 작성했다. 파업이 계속 중인 2011년 2월에는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 ‘시나리오별 노무전략’이란 문건을 작성했다. 1심 법원은 “회사는 파업에 대응해 직장폐쇄를 하는 것에서 나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계획하는 문건들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반론보도] 구미 KEC 식사 단가 관련

본지는 5월29일 [부실급식만도 못한 ‘부실 회삿밥’…컵라면 나온 날 ‘뚜껑’ 열린 노동자들] 제목의 기사에서 경북 구미의 반도체 부품업체 KEC가 노동자들에게 단가 1700원짜리 식사를 제공해 빈축을 사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KEC에서는 “컵라면은 1회 제공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희망자에 한해 대체 메뉴로 제공한 것이고, 메뉴 등의 결정은 교섭대표 노동조합(한국노총 금속연맹 KEC노동조합)이 참여한 ‘식당운영위원회’ 등에서 이뤄진 것이며, 순수 재료비가 관련 업종과 비교하여 낮지 않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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