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포화 코앞인데.. 지각출범 재검토위, 첫날부터 삐걱

변태섭 입력 2019. 5. 30. 04: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 마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본격 재검토한다.

2년 뒤부터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하는 만큼 정책 수립이 시급한데, 재검토위원회는 당초 정부 약속보다 4개월 늦게 '지각 출범'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 출범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공자ㆍ시민단체ㆍ주민 빠져 반발 목소리

권고안 마련 기한 미정 “골든타임 놓칠라”

한빛 원전 고준위핵폐기물 영광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강남구 한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출범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 마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본격 재검토한다. 2년 뒤부터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하는 만큼 정책 수립이 시급한데, 재검토위원회는 당초 정부 약속보다 4개월 늦게 ‘지각 출범’ 했다. 그런데다 출범 첫날부터 위원 구성에 반발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며 또 다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 출범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성윤모 장관은 “과거 정책은 의견수렴이 충분하지 못했다”며 “재검토 과정에선 의견수렴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10만~100만년 동안 격리해 보관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를 300~1,000m 깊이의 심지층에 매립하는 방식을 권고했다.

재검토위의 역할은 2016년 7월 발표된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어떻게 수정할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20개월간 활동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2028년까지 사용후핵연료 매립 부지를 확보하고, 중간저장시설과 심지층 영구처분시설을 지어 각각 2035년, 2053년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내용을 기본계획에 담았다. 재검토위의 의견수렴 결과에 따라 이 기본계획은 골격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재검토위가 의견수렴 결과를 제출하면 산업부는 이를 바탕으로 기본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다.

원전별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율 포화시기. 그래픽=송정근 기자

문제는 시간이다. 손호영 산업부 원전환경과장은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권고안 마련 기한은 정하지 않고 재검토위 자율에 맡겼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의견 수렴을 마칠지, 기본계획을 언제까지 수정해 시행에 들어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없다는 얘기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월성 원전(신월성 1ㆍ2호기 제외)의 임시저장시설 포화율은 90.7%에 달한다. 한빛 원전은 70.6%, 고리 77.3%, 한울 80.2%다. 2021년 월성 원전을 시작으로 한빛(2026년), 고리(2027년), 한울(2028년) 순으로 임시저장시설이 다 차게 된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포화 시점 전에 정책(기본계획)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용후핵연료를 넣어둘 곳이 없어 원전을 세우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용후핵연료 정책의 핵심은 결국 영구처분시설을 ‘어디에 짓느냐’다. 기본계획 수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데 대해 이번 정부 역시 영구처분시설 부지 결정에 대한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검토위 위원 15명 중 원자력 전공자가 없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위원들은 대부분 사회학과 행정학, 신문방송학 등 인문사회 분야 학자들이다. 한 사립대 원자력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찬반을 떠나 모두가 시급하다고 공감하는 문제”라며 “정부가 기술적 문제 해결에 정작 전문가를 제외하는 무리수를 뒀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마저 위원 구성에 반발했다. 환경단체들로 이뤄진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검토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가 빠져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 정부의 공론화위원회 문제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송 교수는 “지역주민을 포함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전달 통로를 재검토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