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동정지' 한빛 1호기 12시간 미스터리 풀렸다..운영지침서 '구멍'

조재학 기자 입력 2019. 5. 30.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 조재학 기자]주전산기 열출력값 운영지침서 제한치 5% 미만…수동정지 해당 안돼
운영기술지침서 보완 필요성↑…노외중성자속 출력 기준도 포함해야

한빛원전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지난 10일 한빛 1호기가 제어봉 제어능력 시험 도중 열출력이 제한치(5%)를 초과했지만, 1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수동정지’된 이유가 밝혀졌다. 운영기술지침서에 명시된 ‘열출력’에 대한 해석차이가 12시간의 위험한 공백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재발방지를 위해 운영기술지침서를 보완하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기술지침서는 운영자가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기술한 것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의 운영과 안전관리를 검토하는 기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연혜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실

◆보조급수펌프 기동 후 수동정지까지 12시간의 미스터리

30일 원안위가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증기발생기 수위 증가되고 모든 주급수펌프가 정지됨에 따라 보조급수펌프가 지난 10일 오전 10시 32분 자동 기동(起動)됐다.

보조급수펌프는 주급수펌프가 기능을 잃은 비상시 증기발생기에 급수를 공급해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수원은 보조급수펌프가 기동되면 의무적으로 원안위에 보고해야 한다.

한수원은 10시 53분 원안위 지역사무소에 구두 보고했으며, 원안위 지역사무소 직원은 11시 5분 현장 확인에 착수한다.

한수원의 보고를 받은 원안위는 12시 30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조사팀을 현장에 급파했고, 오후 4시께 현장에 도착했다. KINS 조사팀은 운영기술지침서의 열출력 제한치 초과가 의심돼 한수원에 자료 및 검토를 요구한다. 오후 6시께 일이다.

한수원은 오후 9시 12분 검토 결과 수동정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해 원안위에 보고한다.

결국 원안위는 오후 9시 37분 한빛 1호기 수동정지를 지시했고, 한수원은 오후 10시 2분 한빛 1호기를 수동정지했다. 한빛 1호기의 보조급수펌프가 기동된 후 약 12시간만이다.

신고리 4호기 주제어실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주전산기 열출력 3.55%…운영기술지침서 제한치 미만

한빛 1호기 수동정지까지 약 12시간이 소요된 배경에는 운영기술지침서의 ‘열출력 해석’ 문제가 있다. 운영기술서지침서에 따르면 주전산기의 열출력을 기준으로 수동정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에 한빛 1호기의 경우 주전산기의 열출력은 제한치 미만이었으나, 노외(노심 밖)중성자속 계측값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30일 데일리안이 입수한 한수원의 ‘한빛 1호기 원자로 수동정지 원인 및 재발방지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사업자의 운영기술지침서에는 열출력이 5%를 초과하면 즉시 원자로를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열출력은 증기발생기의 증기 에너지 변화량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원자로냉각재로 전달되는 노심의 총 열전달률을 의미한다.

시험기간 동안 열출력은 주전산기의 열출력값을 확인하도록 돼있으며, 사건이 일어난 기간 동안 주전산기의 열출력값은 최대 3.55%로 제한치를 초과하지 않았다. 당시 주전산기의 열출력값 기준으로는 수동정지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외중성자속 계측기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원자로 출력이 증가하면 중성자도 이에 비례해 늘어난다. 원자로 외부에 설치된 노외중성자속 계측기는 이 원리를 이용해 ‘중성자 개수’로 출력을 측정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당시 노외중성자속 출력은 최대 17.2%였다. 현장에 급파된 KINS 조사팀은 사건 당시 열출력을 노외중성자속 출력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수원은 보고서에서 주전산기의 열출력이 3.55%이었으나, 노외중성자속 출력이 최대 17.2%이므로 열출력이 5%를 초과한 것으로 보수적으로 판단해 원자로 수동정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사고 없이 마무리됐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한빛 1호기의 수동정지와 관련해 운영기술지침서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열출력값을 확인할 때에 주전산기의 열출력뿐만 아니라 노외중성자속 계측값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고서에서도 주전산기의 열출력값은 저출력 시 유량이 작아 불확실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주전산기의 열출력값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노외중성자속 계측값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운영기술지침서 보완 등 철저한 재발방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탈원전 정책 등으로 현장인력들의 사기문제 등 불안요소가 많다”며 “원자력계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만 안전도 보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s ⓒ (주)데일리안,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