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1호기 '열출력 계산 오류' 원인 규명 먼저"

남지원 기자 2019. 5. 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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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원자력안전연구회 워크숍…“기술적 실수 많았다” 분석 쏟아져

지난 10일 발생한 한빛 원전 1호기 출력급증 사건 진행 과정에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이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열출력 계산 방식에 왜 오류가 있었는지, 제어봉 계산 실수 원인이 무엇인지 등이 확인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30일 원자력공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집단 원자력안전연구회가 서울 중구 한 세미나실에서 연 ‘한빛 원전 1호기 출력급증 평가’ 워크숍에서는 “사건 당일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 실수가 많았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원자로 열출력을 제한치 미만으로 보고 즉각 수동정지를 하지 않았던 사건 당일 한수원의 판단이 대표적이다.

제어봉 제어능력 시험을 하는 동안 원자로 열출력은 반드시 제한치인 5% 이내를 유지해야 하며, 출력이 제한치를 넘으면 원자로 가동을 즉시 멈춰야 한다.

열출력을 측정하는 방법은 원자로에서 튀어나오는 중성자 수를 계측하는 원자로 중성자 출력, 원자로의 열을 재는 1차 출력, 증기발생기 급수의 에너지 변화량을 측정하는 2차 출력 등 3가지다. 세 출력은 평시에는 같은 값을 유지하지만, 이번처럼 저출력 상태에서는 차이가 생긴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아랫목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해 윗목에 열이 전달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원자로 출력이 1·2차 측으로 전달되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사건 당일 한수원은 2차 측 출력을 측정해 제한치를 넘지 않는 3.55%라고 판단했지만, 원자로 중성자 출력을 재는 노외 중성자 속 계측기 기준으로는 18.06%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동정지까지 12시간이 걸린 이유도 한수원은 2차 출력값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중성자 출력값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이견을 보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저출력 상태에서는 1·2차 측 열출력은 의미가 없고 원자로 출력이 5%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 일만 전업으로 하는 한수원 직원들이 이를 몰랐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원자로보다 급수 쪽이 늦게 데워지기 때문에 최소한 1차 측 출력을 사용해 계산해야 한다”며 “열출력이 5%를 넘었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제어봉 조작과 실제 위치의 편차가 생긴 뒤 계산 오류로 제어봉을 너무 많이 인출하는 바람에 열출력이 급증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계산 오류가 생긴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 소장은 “무리한 시험 일정으로 과로한 운전원이 판단을 잘못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장군현 원자력안전기술원 노조위원장은“사고에 준비가 안돼 있다는 게 본질”이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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