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센터장 "성접대 관행·문화, 男 스스로 깨뜨려야"

박대로 2019. 5. 3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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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다시함께센터 소장 뉴시스와 인터뷰
"성접대 근절하려면 男 스스로 나서 거부해야"
"성매매 산업 고도화에도 수사방식 못 따라가"
"받은 액수로 성매매 여성 비하..소름 끼친다"
"獨성매매 합법 실패..스웨덴식 수요차단해야"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김민영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5.3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승리 의혹, 장자연 리스트 사건 등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안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성접대 문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성매매를 금지하는 법체계가 십수년전에 마련됐음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성접대가 용인되고 이 과정에서 성매매가 횡행하고 있다. 유력자들과 유명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과연 정의로운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민영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은 30일 오후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내 센터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성접대 문화에 균열을 일으킬 때가 왔다고 말했다.

성매매 피해여성을 돕는 활동을 하는 김 소장은 "대학생 단톡방 사건의 경우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실을 드러낸 사람을 통해서 공론화가 됐다"며 "남성들 사이에서도 성접대 제안에 불편함을 표현하고 다른 남성들이 그 표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성접대를 관행이나 문화로 여기는 게 가능하지 않은 사회가 되려면 남성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누군가 (성접대를) 제안했을 때 부당하다고 느끼고, '나한테 범죄를 제안하냐'고 화를 내고, '너희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바르지 않고 정직한 기업이 아니다'라고 발끈해서 수주의 범주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누군가가 (성접대를) 제안했을 때 바로 신고하는 사례가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문화는 남성들이 바꿀 수밖에 없다. 이것은 여성들이 전혀 모르는 세계다. 남성들이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이 문화 자체는 바뀔 가능성조차 없다"며 "그리고 성접대를 신고했을 때 (관련자들이) 제대로 처벌 받아야 한다. 남성 법조인들이 처벌을 정확하게 내려줘야 한다. 성접대 문화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것은 결국 남성들"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김민영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5.31. yesphoto@newsis.com

김 소장은 그러면서 "'나는 성구매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개인적 선언과 '우리 조직과 공동체는 성매매와 성접대, 성범죄를 분명하게 경계하고 근절하고자 하는 집단이다'라는 선언이 여러 곳에서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접대는 성매매와 직결돼 있다. 성접대가 용인되면서 성매매 산업 또한 날로 번창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은 느슨하기 그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소장은 "성매매 산업은 엄청 돈이 되는 산업"이라며 "성매매 산업을 샅샅이 훑어보면 여성의 몸을 하나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돈을 쉽게 버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매매 업소는 서울시 전역에 퍼져 있다. 안마방, 마사지업소 등 변형된 형태의 성매매 업소들이 버젓이 간판을 달고 영업하고 있다. 이들은 당국의 단속을 비웃고 있다.

김 소장은 "성매매 산업이 음지로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되게 우습다"며 "성매매 업소가 과연 서울 어디에 없는 것 같은지 묻고 싶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같은 휘황찬란한 건물 맞은편에는 성매매 밖에 못할 것처럼 생긴 공간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성매매를 방지해야 한다는 법의 목적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성매매 업소는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한지 오래다. '밤의 전쟁', '부산달리기' 등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는 성매매 업소의 위치와 영업방식, 성매매여성 명단, 성구매 후기 등을 제공한다. 이 사이트들은 전국의 성매매업소에 30만원짜리 배너광고를 판매하는데 광고의 개수는 2300여개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이 사이트 운영자들은 1년에 86억원을 벌어들인다. 그럼에도 당국의 단속은 아직도 주먹구구식이다. 단속 의지가 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소장은 단속 방식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매매 업소 운영 형태가 변화하고 온라인상에서 조밀하게 성매매 업소를 광고하는 상황인데도 (경찰은) 여전히 성매매 현장을 적발하고 콘돔만 찾는 등의 방식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방식이 성매매 산업을 예측하지는 못하더라도 산업을 뒤따라갈 수 있는 만큼의 모양새는 갖춰야 하는데 전혀 그럴 의지나 노력이 없어 보인다"며 "경찰 조직 자체도 성매매 수사와 단속의 부서가 나뉘어 있다. 생활지도계에서 업소 단속을 하면 업소 관계자 수사는 지능팀이나 강력팀에서 한다. 산업을 읽어내고 관련자를 처벌하기에 굉장히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성매매 단속이 유명무실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당국의 감수성과 이해 부족이다. 경찰은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범죄의 공범으로 규정하고 수사대상으로 삼는다. 이 같은 행태는 성매매 여성의 피해 제보를 근원적으로 차단한다는 게 김 소장의 지적이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김민영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5.31. yesphoto@newsis.com

김 소장은 "여성들이 성매매 피해에 대한 수사의뢰를 하고 싶어도 장애가 많다. 가장 큰 장애는 나도 처벌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라며 "우리 법체계의 아주 중요한 한계는 성매매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변별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자임을 입증하도록 돼 있다. 협박 등으로 피해를 입으면서도 '나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몸으로 쉽게 돈을 번다'는 인식 역시 성매매 여성들을 백안시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실제로 성매매 여성들이 겪는 육체적, 정신적 피해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심대하다.

김 소장은 "성매매로 돈을 쉽게 번다는 말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잡아먹고 있는지 소름 끼칠 정도다.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잔인하고 공감능력이 없을 수 있나"라며 "1시간에 15만원을 받았다고 하면 돈을 쉽게 번다고 하는데 그 맥락과 프로세스와 수사와 스토리는 다 삭제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정적인 섹스 파트너가 있는 성인도 어제는 (성관계가) 괜찮았지만 오늘은 싫을 때가 있다"며 "그런데 성매매 여성은 저 사람이 범죄경력이 있지 않나, 흉기를 들고 있지 않나, 성병에 걸려 있지 않나, 어떤 성적 취향을 갖고 있나 등 내 안전과 관련한 중요한 기본 정보들을 삭제한 채 성구매 남성을 맞닥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내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성적인 교감을 나눌 것인지 정하는 조밀하고 복잡다단한 권리"라며 "1시간에 받은 액수로 성매매를 해석하는 우리 사회의 공감능력이 소름끼친다"고 했다.

김 소장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의 당사자가 바로 성매매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경악하는 공연예술계, 문화계, 검찰 등 곳곳에서 일어난 '미투'의 상황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는 더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성관계를) 한번만 하기로 했다가 여러번 한다든가, 업주한테 항의하며 고발한다고 한다든가, 업소 후기에 상품평으로 올려서 협박한다든가 등 폭력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성매매로 인한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선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사회는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성매매 여성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김 소장은 "성매매 방지법에 따라 1인당 탈 성매매 구조지원금으로 760만원 정도가 있지만 변호사를 선임하고 형사와 민사 소송이 여러가지 얽히면 이 돈은 금방 다 쓰게 된다"며 "인천과 대구시가 (성매매) 집결지 폐쇄 관련 조례를 만들어 탈 성매매 여성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려 했는데 주민 반발이 심했다. 그걸 바라보는 성매매 여성 당사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게 됐겠냐. 차라리 업소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매매 여성이 업소의 생리나 문화나 관습에 익숙해진 상황이므로 그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분들이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일할 만한 공간이 어디 있는지, 몸이 많이 아픈데 병원비는 어떻게 구할지, 해결해야 할 법률적 문제들이 많은데 변호사 선임비는 어떻게 충당할지, 가족 친지 친구 동료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김민영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5.31. yesphoto@newsis.com

성매매 산업을 깨뜨리기 위해선 성매매 여성과 업주의 관계에 균열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김 소장은 "업주와 성매매 여성의 이해관계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업주가 알선과 업소 운영을 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을 명확하게 규정·처벌하고 몰수추징해서 그 금액이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위해 다시 쓰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다만 몰수추징에 너무 오래 시간이 걸리고 대포통장으로 거래하는 이들이 많아서 제대로 추징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국 사례를 검토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성매매 합법화를 택한 독일과 성구매자 집중처벌을 택한 스웨덴의 사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김 소장은 스웨덴식, 이른바 '노르딕 모델'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독일 제도를 먼저 설명했다. 그는 "독일은 성매매 여성들이 정당한 노동자로 인정받고 관리할 수 있는 지역에 국한해서 인권 착취가 안 되게 성매매를 하도록 합법화를 택했다"며 "그런데 세계적으로 돈 가진 성구매자들이 그쪽으로 몰리고 세계에서 인신매매된 여성과 아동이 밀수입됐다. 그래서 성매매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 독일처럼 성매매가 합법화된 미국 네바다주에서는 포주가 정치인으로 당선되고 포주가 방송사를 사서 성매매 광고를 올린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 "성매매 합법화는 애당초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없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성매매 송출국, 유입국, 경유국이기도 하다"며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이 와서 '오피(오피스텔 성매매를 가리키는 은어)'에서 일하고 있으며, E6비자로 들어와서 성매매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여성이 얼마나 많이 나가서 성매매를 하고 있으며, 또 우리나라 남성들이 얼마나 많이 나가서 성구매를 하고 있나.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 합법화가 불러올 세상은 상상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노르딕 모델을 직접 배우기 위해 다음주 스웨덴으로 떠난다. 그는 "스웨덴은 성매매 수요차단 방식을 채택했다. 법명이 성구매 금지법"이라며 "스웨덴은 성매매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지원한다. 반대로 남성 구매자와 알선자는 명확하게 처벌한다. 미수범까지 처벌한다"고 소개했다.

김 소장은 이어 "그랬더니 여성들이 자신의 모든 피해를 완전히 드러냈다. '업주가 돈 안주고 도망갔다', '성구매자가 성병이 있었다' 등을 숨김없이 수사기관에 얘기하니 처벌할 스토리들이 많이 생겼다"며 "그 결과 성구매 남성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성매매 방지가 효과적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프랑스도 3년 전에 성구매 금지법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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