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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개발자들이 온다.. 페이스북 F8 해커톤 휩쓴 한국인들

곽주현 입력 2019. 06. 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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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개최하는 F8 해커톤에 참가했던 국내 90년대생 개발자들. 왼쪽부터 신정아, 홍승환, 정욱재, 안미진 개발자. 페이스북코리아 제공

“해커톤을 위해 전세계에서 모인 170여명의 사람들과 부대껴보며 느꼈죠. 역시 한국 개발자가 세계 최고구나!”

페이스북의 연례 개발자 행사 F8가 시작되기 직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이스북 본사에서는 특별한 해커톤이 열렸다. 전세계 개발자들이 모여 48시간 안에 페이스북 개발자 툴을 사용해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만족하는 결과물을 내놓는 대회. 자체 ‘락다운(lockdownㆍ회사 건물을 걸어 잠그고 특정 목표를 위해 전 직원이 몰두하는 기간)’ 제도가 있을 만큼 ‘해커웨이(hackerway)’ 문화를 강조하는 페이스북은 해커톤을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케냐, 우간다, 독일, 덴마크, 아이티…. 전세계에서 모여든 170여명의 참가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들은 단연 20명에 달하는 한국인들이었다.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수가 참가했는데, 16세 고등학생부터 40대 직장인까지 구성도 다양했다. 42팀 중 단 8팀만 뽑히는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만 무려 3명.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본사에서는 이들을 비롯해 해커톤에 참가한 90년대생 개발자 4명이 모여 생생한 후기를 공유했다.

홍승환 개발자가 해커톤에서 만든 도시문제 해결 솔루션 ‘THE CITY WATCH’를 설명하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 제공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페이스북 기능 만든 개발자… 신기한 경험”

해커톤은 먼저 170명이 모두 한 데 모여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각자 가지고 있는 개발 특기가 다르기 때문에 좋은 조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해커톤 참석 전부터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팀을 꾸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장에서 마지막 순간이 돼서야 겨우 팀을 구한 참가자도 있었다.

대학생 홍승환(21)ㆍ정욱재(21) 개발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두 개발자와 함께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팀을 꾸렸다. 고장난 신호등이나 도로 포트홀 등 각종 도시문제를 발견한 시민들이 이를 페이스북 메신저를 활용한 챗봇에 사진ㆍ위치와 함께 알려주면, 이런 정보들이 중요도에 따라 지도에 시각화되면서 지방정부와 NGO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한 솔루션이다. 지구 전체를 3×3m 크기로 나눈 뒤 임의의 영어단어 3개 조합으로 그 장소를 표시하는 ‘왓쓰리워즈(What 3 Words)’ 주소 표시 체계는 개발도상국을 염두에 둔 장치다. 홍씨는 “개도국 중에선 체계적인 주소 시스템이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사막 한가운데까지 표시하기 위해서는 이 주소 체계가 적합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이 속한 팀은 최종 8팀 안에 들 수 있었다.

개발 과정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페이스북 해커톤만의 매력이다. 페이스북 직원들이 해커톤이 열리는 장소를 지나다니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유명한 기능과 개발 툴을 직접 만든 개발자들이다. 해커톤에 참가한 수많은 ‘주제전문가(Subject Matter Expert)’들도 자신의 팀이 아닌 다른 팀까지 기꺼이 돕는다. 정씨는 “우리 프로젝트를 도와준 주제전문가는 뉴욕 시장실 비서였는데, 뉴욕에서 만든 도시문제 빅데이터를 사용해보라는 조언을 주는 등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해커톤 파이널리스트 8팀에 이름을 올리고 수상까지 한 안미진 개발자가 해커톤 참가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 제공

◇밤새워 몰두하는 한국인, 해커톤을 즐기는 외국인

성균관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안미진(25) 개발자의 팀은 8개국에서 온 8명의 사람들로 구성됐다.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척박한 데이터 환경 속에서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페이스북 챗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팀원 수가 많다 보니 세 그룹으로 나눠 각자 맡은 일을 한 뒤 이를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 문제는 마감 전날 저녁에 발생했다. 세 그룹에서 개발한 코드를 합치다 보니 코드가 뒤엉키기 시작한 것이다. 안씨는 “새벽 내내 디버깅과 테스트를 반복하다 제출 기한 1분 전에야 겨우 제출했다”며 “밤을 꼴딱 새워서라도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만들려는 한국인과, 덜 완벽하더라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 사이에 성향 차이가 뚜렷하더라”며 웃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매우 적은 양의 데이터만 소모한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도구였다. PC 보급률이 높지 않고, 비싼 데이터 요금으로 유튜브 등 동영상을 재생하기 힘든 환경에서 유저와 인공지능(AI)이 대화하면서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의 프로그래밍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은 페이스북의 주목을 받았다. 안씨의 팀이 만든 ‘코드 카나리(Code Canary)’는 최종 8팀 안에 들었을 뿐 아니라 교육 분야 1위로 뽑히며 상을 받기도 했다. 안씨는 “해커톤은 경쟁이 아니라 서로 원하는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돕는 분위기”라며 “자문을 구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빠르게 진행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T신정아 개발자가 페이스북 해커톤에서 개발했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 제공

◇고품질 데이터ㆍ개발 도구 공개하는 페이스북… “선순환 위해”

평소 장애인의 교육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신정아(22) 개발자는 ‘개발도상국 문맹 문제 해결 위한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기 위한 직접 팀원들을 모집하고 다녔다. PC보다 모바일 보급률이 높은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인터넷 연결 없이 모바일 기기만 있어도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해커톤에 가기 전부터 모바일 머신러닝과 컴퓨터 비전 딥러닝이라는 나의 특기를 십분 활용하고 오자는 생각을 했었죠.”

팀원 구성의 다양성은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신씨는 “팀원 중 아이티에서 온 참가자가 있었는데, 아이티의 네트워크 환경이나 문맹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려줘서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며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틀 안에 갇혀있던 사고를 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씨의 팀이 만든 모바일 앱은 인터넷 연결을 아예 끊은 상태에서도 카메라에 보이는 물체나 글씨를 인지하고 이를 소리내 읽어준다. 예를 들어 카메라로 사람을 비추면 ‘PERSON’이라는 글씨와 함께 음성이 나오는 식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모바일 기기 내부 CPU 자원만을 이용한 AI를 만들어야 했다. 신씨는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개발 도구만을 활용해서도 충분히 이틀 만에 개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F8 해커톤에 참가했던 90년대생 개발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정아, 홍승환, 정욱재, 안미진 개발자. 페이스북코리아 제공

실제로 페이스북은 수많은 데이터 세트와 개발 도구를 오픈소스로 대중에 공개하고 있다. 서로 새로운 기술을 공개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개발자들 특유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 있는 셈이다. 개발자들은 도시마다 ‘개발자 모임(DevC)’이라고 불리는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데도 익숙한데, 서울은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커뮤니티로 90년대생 개발자들은 그 중심 축을 이루고 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이번 해커톤은 한국인 개발자들이 세계적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들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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