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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풍 선호하면 '일빠' 인가요?" '일류(日流)'에 빠진 2030 청년들 [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이동준 입력 2019. 06. 01. 14:34 수정 2019. 06. 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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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개최된 한일축제한마당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정치적 한일 관계는 냉각됐지만 민간분야에는 ‘화풍(和風·일본풍)’이 불고 있다. 한국 사회의 ‘일류(日流·일본 대중문화의 인기 현상)’ 바람은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된 뒤 주변으로 재확산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일본풍’을 선호하거나 즐기는 이들을 속된말로 ‘일빠(일본 극성팬)’라고 비난하지만 일본풍을 즐기는 이들은 “문화와 역사적 아픔은 별개”라는 인식과 “무조건 배척할 건 아니다”란 생각을 드러냈다.
 
◆‘일류(日流)’에 빠진 2030 청년들
 
일본은 정치적으론 멀지만 사회나 문화면에서는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가깝다. 실제 일본은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여행객 수는 753만 8997명에 이른다.
 
일상에 스며든 일본풍은 입는 옷부터 음식, 여가, 문화생활 등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서울 홍대나 강남 등의 거리를 보면 일본어로 된 간판을 시작으로 일식집,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가 늘어서 있고, 심지어 길거리 음식도 일본풍이 즐비하다. 또 싸고 저렴한 일본 ‘SPA브랜드(자사의 기획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하여 유통까지 하는 전문 소매점·패스트 패션이라고도 한다)’가 일부 젊은 세대 패션 아이템이 되고, 일본 후쿠시마에서 만든 모 플라스틱 제품이 고품질 이미지로 국내에 두터운 소비자층을 형성해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퇴근 후 일부는 집에서 일본 맥주를 마시며 일본 예능이나 드라마를 시청한다. 그러면서 지인과 주말 약속장소로 일본식 선술집에서 한잔을 약속한다.
 
일본풍의 확산 배경 중에는 △일본·일본인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개선된 것을 비롯해 △일본문화개방 후 인터넷이나 미디어의 발전으로 일본 관련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증가한 이유가 있다. 
 
먼저 ‘일본·일본인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개선됐다’는 의견은 우리가 일본과 일본인을 바라보는 호감도에서 나타난다. 지난 2월 일본 공익재단법인 신문통신조사회가 조사한 ‘일본에 대한 호감도’를 보면 한국인 중 "일본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6.3%포인트 하락한 수치지만 ‘과거보다는 개선됐다’는 의견이다. 감소한 호감도는 얼마 전부터 문제로 부각된 일본군 강제노역 배상문제를 비롯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분쟁이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얼핏 ‘호감도가 줄었으니 일본에 대한 반감도 커졌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비호감이다’라고 답한 한국인 응답자 55.4%는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일본이 비호감이라고 하면서도 일본 유명 관광지 등을 돌며 일본풍을 즐긴 것이다.
 
일본에 대한 호감과 관심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다. 앞선 신문통신조사회 조사에서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19세~29세가 33.3%로 가장 높았고, 이어 30대 20.3%, 40대 16.4%, 50대 15.7%, 60대 이상은 12.9%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 드라마 보고 색다른 느낌, ‘일빠’라고요?”
 
일본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증가한 건 인터넷이나 미디어의 발전이 한몫한 거로 평가된다.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 당시 순차적 일본문화 개방이 선언됐지만, 영화나 방송, 음악 등은 저작권 등의 문제로 국내 도입이 어려웠다. 그러나 인터넷, 동영상 미디어 등의 등장 후 일본 현지에서 전하는 내용이 국내에도 전해지고, 일부에서는 ‘공유’라는 이름으로 일본 관련 콘텐츠가 전해졌다가 최근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 기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합법적인 경로로 한국 사회에 전해진다.
 
일본 관련 콘텐츠는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되는데, 실제 일본 드라마, 예능프로를 국내에 유통·배급하는 ‘도라마 코리아’는 서비스 개시 1년반 만에 약 20만명이 회원으로 등록했고 그중 20대~30대가 전체 회원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2030 젊은 세대들이 일본과 관련한 정보를 쉽고, 빠르며,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 영화, 예능프로(이하 콘텐츠)’ 등을 인터넷 미디어에서 얻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왜 일본 콘텐츠를 즐길까? 도라마 코리아가 10대~50대 남녀 회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일본 콘텐츠(40.4%)를 △6년 이상 즐기며(42.1%)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45.5%) △그 후 일본 문화나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번져 문화나 사회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44.7%)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일본 문화에 심취해 있는 등 개인 성향(16.9%)으로 일본 콘텐츠를 즐긴다고 답했다.
 
특히 일본 콘텐츠 즐기는 이들로 인해 △일본에 관심 없었던 주변도 관심을 가지게 됐지만(43.4%) △ 일부는 일빠 등 부정적 반응(16.6%)을 보였다. 설문에 답한 회원 다수는 “정치적 한일 관계는 문제”라는 인식을 보였지만, “반일 감정을 가진 일부의 생각이 개선되면 좋겠다”는 의견과 “콘텐츠와 정치 문제는 별개”라는 인식이 많았다. 반면 일본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여성(28%)보다 남성(36%)이 더 높았는데 이는 게임, 성인물 등의 영향이 일부 있는 거로 예상됐다.
 
일본 콘텐츠 흥행과 관련해 도라마 코리아 오유석 대표는 앞서 설문 결과와 더불어 경기불황이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내다봤다.
오 대표는 “일본 현지 방송국에서 콘텐츠 유통기획을 담당했던 당시부터 최근까지, 경기가 나쁘면 콘텐츠 소비가 확산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 세대가 외출이나 만남, 소비 대신 스마트 기기 등을 이용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한일 관계는 나쁘지만 양국의 호감도 조사를 보면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콘텐츠를 정치적 문제와 연관 짓기보다 하나의 즐길 거리 또는 문화나 유행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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