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주변에 '리얼돌' 판매 성인용품점 개점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구성 2019. 6. 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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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신체 본떠 만든 성인용품 / 불과 227m 떨어진 곳에 들어서자 주민 반발 / 시 관계자 "교육환경보호구역 벗어난 자유업종..막기 어려워" / "풍속 저해" vs "개인 사생활" 두고 법정 다툼도 / 1심은 '불허', 2심은 '허용'..대법원 선고만 남아
지난 30일 경기도 김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리얼돌 매장이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0일 경기도 김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리얼돌’을 판매하는 성인용품 매장이 문을 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를 본떠 사람처럼 만든 성인용품이다. 초등학교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곳에 이런 성인용품 매장이 들어선다고 하자 인근 주민 반발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매장을 거론하며 “안전한 곳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현재 해당 매장은 개점을 위해 설치했던 간판을 내리고, 블라인드로 매장 내부를 가려둔 상태다. 김포시의 한 관계자는 “업주가 주민 반발로 개점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외국산 수입이 금지돼 왔던 ‘리얼돌’의 수입 허용 여부는 법정으로 간 상태다. 1심(금지)과 2심(허용)의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수입 논란과 별개로 국내에는 리얼돌이 이미 유통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것은 단속할 근거가 없어서다. 리얼돌 유통을 두고 ‘여성을 상품화했다’는 비판과 ‘개인의 주체적 소비행위’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리얼돌 홍보 카페에 올라와 있는 제품 이미지. 네이버 카페 캡처
◆리얼돌, 1심은 ‘불허’ 2심은 ‘허용’
 
현재 외국산 리얼돌은 국내에 들어올 수 없다. 세관당국이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리얼돌의 통관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본부세관은 2015∼2017년 해외에서 리얼돌을 들여온 혐의(관세법 위반)로 40대 남성 2명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국내의 한 수입업체가 ‘리얼돌의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있다”며 세관당국의 결정이 옳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아직 대법원의 선고가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한 리얼돌을 유통하는 것은 괜찮다.  
 
포털사이트에는 국내에서 자체 제작한 리얼돌을 판매한다는 한 업체의 카페가 운영 중이다. 성인만 가입할 수 있는 이 카페에는 55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상태다. 리얼돌 구입은 경기도의 업체를 방문해야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카페에는 리얼돌을 구입한 사람들의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최근 초등학교 인근의 리얼돌 매장이 개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해당 리얼돌 매장 인근에 설치된 ‘어린이 안전구역’ 표지판. 
◆“풍속 저해” vs “개인 사생활”
 
하지만 리얼돌의 법적 문제를 떠나 풍속을 해치고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쇼핑몰에는 리얼돌이 전시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중국산 리얼돌이 세관 직원의 실수로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해당 리얼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취를 감췄다. 
 
최근 김포의 초등학교 인근에 들어설 리얼돌 매장을 두고는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초등학교에서 5분거리에 리얼돌 매장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며 “혹시나 아이들이 볼까 봐 그 길로는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청원인은 “인형과 성교를 하는 퇴폐업소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해당 청원에는 30일까지 7800여명이 참여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해당 매장이 초등학교에서 227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교육환경보호구역을 벗어났다”며 “성인용품점이 자유업종이다 보니 영업신고나 사업자등록을 하면 영업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리얼돌이 중증장애인의 성욕 해소에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개인의 사생활인 만큼 규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에서는 리얼돌을 성욕 해소의 도구가 아닌, 사람처럼 생긴 외모에 정서적 위안을 얻는다는 이들도 있다. 리얼돌 수입 허용을 판결한 2심은 헌법재판소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의 개인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판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리얼돌의 수입을 허용해달라는 취지의 청원도 올라와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18일부터 관련 소송의 법리 검토를 시작했다. 만약 대법원이 2심과 같은 판결을 내릴 경우 국내에서도 리얼돌의 수입이 가능해지고, 가격도 낮아져 유통이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물론 이 경우 리얼돌 판매에 대한 찬반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김포, 글·사진=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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