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공전 기억뿐.. 민생 눈감은 민폐 국회

정승임 2019. 6. 2. 2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야3당 국회정상화 협상 결렬, 패스트트랙 합의문 문구 이견

두 달 넘게 개점휴업… 추경ㆍ탄력근로제 등 민생법안 발목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국회 정상화를 논의 한 후 나서고 있다. 이날 국회정상화를 위한 3당 원내대표 협상은 결렬됐다. 2019.6.2/뉴스1

여야 3당(원내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일, 장기 파행을 거듭하는 국회 정상화 방안을 놓고 협상을 시도했지만 끝내 결렬됐다. 여야 4당(자유한국당 제외)이 추진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관련 법안 처리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4ㆍ5월 국회가 사실상 빈손으로 마무리된 데 이어 6월 임시국회도 난항이 예상되면서 강원 산불, 미세먼지 대응 등을 위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보완 입법이 시급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체계 변경(최저임금법 개정안),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등 장기표류 중인 민생법안 처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때문에 지난 3월 중순에야 올해 첫 본회의를 열 정도로 늑장을 부린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한 채 당리당략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민생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잇따르는데도 국회가 본분은 망각한 채, 아직도 ‘그들만의 기싸움’을 벌인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포함한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패스트트랙 강행에 대한 유감 표명 수위와 관련해서는 입장 차를 좁혔지만, 해당 법안 처리 방식과 관련한 문구 조정에는 실패했다. 합의 문구로 한국당은 “관련 법안을 합의 처리해야 한다”를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여야의 거듭된 신경전으로 6월 임시국회 일정이 늦어지고 민생 법안 처리도 지연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게 됐다. 강원 고성 산불과 미세먼지 대응, 경기 부양을 포함한 6조7,000억원대 추경은 39일째(4월 25일 제출) 잠들어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 논의도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3월 주 52시간 처벌유예 기간(계도 기간)이 종료되면서 탄력근로제 기간(현재 3개월) 연장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을 위반하는 사업장은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3월 국회에서 여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합의한 6개월을, 한국당은 업종에 따라 최대 1년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맞선 이후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이원화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물론, 강원 고성 산불로 논의가 본격화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소방기본법ㆍ소방공무원법 개정안, 택시 종사자의 처우 개선 및 카풀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법안,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을 강화하는 ‘유치원 3법’ 등 지체되는 법안 역시 민생과 맞닿아있다.

‘의회 정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올 들어 국회는 공전을 거듭해왔다. ‘김태우 특검’과 ‘신재민 청문회’, ‘손혜원 국정조사’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사퇴’ 요구로 국회 정상화가 거듭 불발되며 올해 첫 본회의는 지난 3월 13일에야 처음 열렸고, 이후 청와대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과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국회는 사실상 올스톱 됐다. 4월 국회를 사실상 빈손으로 보낸 데 이어 5월 국회는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

여야의 강대 강 대치가 심해지면서 상대를 겨냥한 막말이 일상화됐고, 막말을 또 막말로 되받으며 법안 처리 보다는 막말 공방과 이에 따른 국회 윤리특위 제소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20대 국회 전체의 법안 처리율(2016년 5월~2019년 5월)은 30%가 안 돼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로 평가되고 있는 반면, 20대 국회 윤리특위에 접수된 의원 징계안은 38건(올해만 21건)에 이른다. 20대 국회 임기가 1년 남은 점을 감안하면, 17대(총 37건), 19대(39건)는 물론 동물국회로 불린 18대(54건)에 육박할 태세다. “의원의 법안 처리 관련 발언보다 막말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날 국회 정상화 협상이 불발됐지만 여야 3당 원내대표가 3일 추가 회동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최종 합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국회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데 여야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한데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워크숍을 열고 6월 국회 대응전략을 논의했고, 한국당 역시 지난달 31일 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국민부담경감 3법을 포함한 주요 민생법안을 추리는 등 내부전열 정비를 마친 상태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