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판정 간호사에게 암 병동 근무시킨 서울의료원
[앵커]
서울의료원이 암 진단을 받은 간호사를 말기 암환자 병동에 배치했습니다.
이 간호사는 암 수술을 받고서도 여전히 암 환자를 돌보고 있는데 결국 노동위원회는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병원측은 5년 전에도 이 간호사의 책상을 창고로 옮겼다는데 이해할 수 없는 병원의 조치를 박민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재직 30년 차를 맞은 서울의료원의 황선이 수간호사는 지난해 12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한 달 앞두고 갑자기 전보 명령을 받았습니다.
말기 암환자와 같은 중증 환자들이 마지막 생애를 보내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라는 겁니다.
[황선이/서울의료원 수간호사 : "정말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들렸고요. 암 환자인 거 뻔히 알면서. 수술도 2월에 예정돼 있다는 것도 뻔히 알면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해온 지 벌써 5개월, 하지만 중증 암환자를 대할 때마다 자신의 미래처럼 여겨져서 너무 힘들다고 말합니다.
[황선이/서울의료원 수간호사 : "병실 들어가기 전에 환자 정보를 계속 봐야 되잖아요. 제가 파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걸 볼 때마다 눈물이 나서 못 가는 거예요. (환자 정보를) 파악하다가…."]
하지만 황 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호스피스 병동을 지켰습니다.
다행히 종양 제거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황선이/서울의료원 수간호사 : "칼만 안 들었지 칼질을 한 거예요. 제 마음에 칼질뿐 아니라 간호사들의 안전이나 직원의 안전 혹은 환자 안전과 관계없이…."]
5년 전에도 황 간호사는 병원 측의 부당한 조치에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수술실 안쪽, 창문도 열 수 없는 물품 창고 한 켠에 책상 하나 놓고 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의료원 측은 수술실 '파트장'인 황 간호사의 업무 능력 강화를 위해 수술실 안쪽 공간을 사용케 했다는 주장이지만, 노조 위원장 임기가 끝날 때쯤 이뤄진 조치여서 계획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습니다.
[황선이/서울의료원 수간호사 : "책상 하나 가져다 놓고 일하는 공간이었고. 그 공간은 창고였기 때문에 냉난방이 안 돼요. 아 이렇게 괴롭히는구나…."]
제한 구역이다 보니, 드나들 때마다 수술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등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암환자인 황 간호사를 호스피스 병동으로 전보시킨 것에 대해 부당 전보라고 판정했습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박민경 기자 (pm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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