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폭언 얼룩진 100일..한국당 '막말 타임라인'

김철오 기자 입력 2019. 6. 3. 00:11 수정 2019. 6. 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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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사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월 27일 전당대회 당선 수락연설에서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한국당은 대정부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 막말의 강도도 한껏 세졌다.

대표 취임 직전 불거진 5·18 망언부터 세월호 유족, 한센병 환자, 문재인 대통령에 그 지지자까지 한국당이 쏟아낸 막말의 대상은 전방위였다. 황 대표 체제 100일을 사흘 앞둔 3일, 한국당 ‘막말 타임라인’을 정리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2월 27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김순례·김진태·이종명 ‘5·18 망언’

황 대표의 첫 번째 과제는 ‘5·18 망언’에 대한 판단이었다.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의원은 지난 2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참석해 1980년 5월 민주화운동을 ‘북한군 개입 폭동’으로 규정하고, 민주화 유공자를 ‘괴물 집단’으로 폄훼했다.

김병준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달 1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세 의원의 역사 왜곡 발언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당 윤리위원회는 이틀 뒤 세 의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다만 이종명 의원만 제명했고, 김순례·김진태 의원 징계 판단은 전당대회 이후로 미뤘다.

김진태 의원은 황 대표와 경쟁해 낙선했지만, 김순례 의원은 조경태·김광림·신보라 의원과 정미경 전 의원의 5인으로 구성된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5·18 망언에서 ‘괴물 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발언자가 김순례 의원이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4월 김순례 의원 당원권 정지 3개월, 김진태 의원 경고로 징계를 마무리했다. 경고는 실질적인 제재 효과가 없다. 당원권 정지는 선거권·피선거권 등 당원으로서 권한이 박탈되지만 한시적 조치에 불과하다. 게다가 김순례 의원의 최고위원직 박탈 여부에 대한 결정도 미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왼쪽) 대표와 정진석 의원. 뉴시스

차명진·정진석 ‘세월호 망언’

차명진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4월 15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적었다.

정진석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한 시민에게서 받은 메시지”라며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인용해 올렸다.

세월호 유족들은 같은 달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을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당 중앙윤리위의 판단은 이로부터 한 달을 넘겨 나왔다. 지난달 29일 차 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정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자료사진. 국민일보 DB

한선교 ‘당직자 폭언’

황 대표는 지난 7일 장외 투쟁 격으로 민생대장정에 나섰다. 하지만 여의도발 당내 폭언 논란의 시끄러운 집안을 등지고 전국 순회를 시작해야 했다. 당직자에 대한 한선교 사무총장의 폭언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한 사무총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사무총장실에서 회의 중 당 사무처 직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X같은 XX야’ 같은 욕설은 물론 ‘꺼져’ 같은 폭언도 뱉었다. 한 사무총장은 지상파 아침방송을 10여년간 진행하면서 시청자에게 편안한 이미지를 쌓은 아나운서 출신 4선 의원이다.

한 사무총장은 당무가 자신에게 보고되지 않고 추진됐다는 이유로 사무처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한 사무총장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회부를 촉구했다. 또 한 사무총장에게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한 사무총장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 본청 사무총장실에서 개최된 회의 중 일부 언짢은 언사가 있었다. 특정 당직자를 향한 발언이 아니다”라며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더 진지하게 회의에 임하겠다”며 사과했다. 다만 사무총장직 사퇴나 탈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황 대표는 민생대장정 이틀째인 이튿날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지원센터 앞에서 한 사무총장의 폭언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고, 파악까지 소요될 시간에 대해서는 “글쎄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열린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8호에서 황교안(오른쪽)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달창 망언’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대구에서 열린 ‘문재인 스톱(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 대회에서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을 언급하며 “KBS 기자가 물었더니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로부터 공격 당하는 것을 아시죠”라고 물은 뒤 “대통령에게 독재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지도 못하는가. 묻지도 못하는 게 독재 아니냐”고 말했다.

‘달창’은 스스로를 ‘달빛기사단’이라고 칭하는 문 대통령 지지자를 극우 성향 네티즌이 비하의 의미를 담아 조롱하는 표현 ‘달빛창녀단’을 줄인 말이다. 정치적 수사 이외에 성차별적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를 지칭하는 과정에서 그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며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센병 환자 비하 발언을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아 ‘한센인 비하’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던 김현아 원내대변인도 한국당 망언 대열에 합류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비하해 사과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16일 YTN에 출연해 “한센병은 상처가 날 때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방치해 그것(상처)이 더 커지는 것”이라며 “만약 대통령이 본인과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나는 그런 의학 용어(한센병)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를 사이코패스에 비유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이를 옹호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비판할 목적으로 사용한 정치적 수사였지만, 한센병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었다.

김 의원은 이튿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 중 부적절한 비유로 고통받고 있는 한센병 환우와 가족에게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 이유를 불문하고 내가 여러분의 마음에 큰 아픔을 남겼다”며 성실하고 진실한 의정활동으로 그 빚을 갚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제4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용기 ‘김정은 실언’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제4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김영철을 숙청하고, 김혁철을 처형하고, 동생인 김여정까지 근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야만성과 불법성, 비인간성만 뺀다면 어떤 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도자로서 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인사검증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정 의장은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누가 저쪽(북한)처럼 처형하라고 하냐. 책임은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말하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치욕스럽지만 김 위원장이 책임지는 면에서 문 대통령보다 낫다”고 거듭 말했다.

정 의장의 발언은 대북 강경 기조를 가진 한국당 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북한 최고 권력을 호평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그의 발언은 ‘종북’ 논란까지 불러왔다. 연석회의에서 정 의장의 발언을 들은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200여명이 술렁이기도 했다.

황 대표는 정 의장의 발언에 대해 초고속으로 사과했다. 연석회의 도중 만난 기자들에게 “정 의장의 발언은 부적절한 측면이 많다”며 “취지는 우리 정부가 잘못한 사람을 책임감 있게, 적절하게 조치하라는 것인데 부적절하고 과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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