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울진의 울분.. "건설인력 떠나 원룸 텅텅, 음식점 270곳 줄폐업"

울진=안준호 기자 2019. 6. 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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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의 신한울 원전 1·2호기 건설소 남문 앞 사거리.

장유덕(48) 울진군범군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가 안전 때문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백지화한다면 이곳에서 가동 중인 원전 여섯 기와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도 모두 가동을 중단시켜야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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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2년의 늪] [3] '유령도시'로 변해가는 울진

'짓밟히고 희생당한 울진군민 생존권을 보장하라' '울진 주민 동의 없는 탈원전 정책은 원천무효' '일방적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조속히 재개하라'….

신한울 3·4호기 예정지엔 잡초만 듬성듬성 -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백지화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예정지가 방치되어 있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기둥은 원자로가 들어설 자리를 표시한 것이다. 예정지 뒤편에는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가 보인다. /울진=이진한 기자

지난달 29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의 신한울 원전 1·2호기 건설소 남문 앞 사거리.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으로 백지화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플래카드 20여 개가 도로 양옆에 빼곡히 걸려 있었다. 텅 빈 도로엔 건설 트럭만 간간이 오갈 뿐 인적은 거의 없었다. 북면 거리 곳곳엔 폐업으로 셔터가 내려진 가게들이 즐비했다. 마을에는 짓다 만 건물들이 회색빛 시멘트 콘크리트와 시뻘겋게 녹슨 철근 구조물을 그대로 드러낸 채 방치돼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울진군 지역 경제가 파탄 위기에 놓였다. 별다른 산업·제조 시설이 없는 울진군은 30여 년 동안 원전에 의존해 왔다. 현재 한울 1~6호기가 운영 중이고, 신한울 1·2호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신한울 3·4호기도 새로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면서 건설 인력이 빠져나가고, 투자가 줄어들면서 급격한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4월 말 현재 울진군민은 4만9650명으로 인구 5만명 선이 무너졌다.

◇작년 138개 업소 폐업… 4월 말까지 47개 업소 문 닫아

"은행에선 (빚 못 갚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처분하겠다고 협박해요. 그럼 지금까지 들어간 돈 한 푼도 못 건지는데…."

북면에서 원룸 건물을 짓던 김민주(62)씨는 "한 달 이자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며 한숨을 지었다. 그는 한창 원전 경기가 좋을 때 대출을 끼고 원룸을 지어, 한때 빈방이 없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빚만 남았다고 하소연했다. 신한울 1·2호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3·4호기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원룸은 비어가고 새로 짓던 건물은 건설을 중단했다. 김씨는 "정부만 믿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울진군 죽변면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김희(50)씨는 "2017년 5월부터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고, 작년엔 또 그 절반으로 줄었고, 올해는 더 줄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울진은 원전 하나 보고 장사하는데, 신한울 1·2호기 공사가 끝나가는 시점에 3·4호기까지 갑자기 건설을 중단해버리면 지역 경제는 어떻게 견뎌내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북면에서 식당을 하는 추원도(53)씨도 "25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데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라며 "문 닫는 가게가 수두룩하다"고 했다.

울진군에 따르면 2017년 식당 등 식품 관련 업체 85곳이 문을 닫았고, 지난해엔 138곳이 폐업했다. 올 4월까지만 47곳이 문을 닫았다. 이희국(70) 울진군 북면발전협의회장은 "아무리 대선 공약이라지만 이 지역 주민들이 죽어나가는 건 거들떠보지도 않느냐"며 "대책도 없이 (탈원전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원전이 위험해서 백지화한다면 가동 중인 원전은 어쩌라고"

울진군 북면에선 신한울 1·2호기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신한울 1호기는 올 11월, 2호기는 내년 하순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로 옆 지반 조사가 끝난 신한울 3·4호기 부지에는 메마른 땅에 잡초만 듬성듬성 자라고 있었다.

장유덕(48) 울진군범군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가 안전 때문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백지화한다면 이곳에서 가동 중인 원전 여섯 기와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도 모두 가동을 중단시켜야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울진군민 5만명 중 75%가 넘는 3만7901명이 건설 재개에 이름을 올리고 서명했다"고 말했다.

전찬걸(60) 울진군수는 "울진군민들은 30여 년을 원전과 함께 살아오면서 원전이 안전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며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주민의 삶이 위기에 내몰린 만큼 정부는 신한울 3·4호기를 계획대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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