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라인하트 교수 "누증된 저신용 부채 글로벌 경제 '뇌관'"

김경은 2019. 6. 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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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라이하트 하버드대 교수, BOK 콘퍼런스 기조연설
선진국·중국, 정책 여력 부족 상황
저신용 기업부채 위험 경고
미국 쌍둥이 적자..'트레핀 딜레마' 발생할 수도
신흥국 부채 뇌관된 '中 '..신흥국에 위험 전이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글로벌 경제의 연계성: 영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열린 2019년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글로벌 G2(미국과 중국)의 정책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누증된 저신용 부채가 자칫 글로벌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무역성장률이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여파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M. Reinhart) 하버드대 교수는 3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년 한은(BOK) 국제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위험에 대한 소고’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가까운 미래에 직면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선진국의 위험요인으로 △다음 경기대응에 필요한 정책여력 부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탈세계화(de-globalization) 현상 △해소되지 않고 있는 유럽의 글로벌 금융 위기 △저금리와 과도한 위험추구(risk-taking) 현상 등을 지목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미국의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 상황에서 정책금리는 이미 낮아 재정·통화정책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무역성장률도 크게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0년 무역성장률은 평균 5.9%에 달했으나 위기 이후에는 2.4%로 낮아졌다. 최근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음(-)의 값을 나타내며 위험수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미국의 기업부채는 저신용 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시장에 나타난 투자자들의 위험추구현상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위험요인에 대해 그는 △경기대응과 환율정책을 둘러싼 중국 중앙은행의 딜레마 △신흥국의 과다부채 문제 △저소득국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국외대출 및 숨겨진 부채(hidden debt) 등을 지목했다.

그는 “중국 중앙은행은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중국의 경기둔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며 “최근 미국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의 달러표시 부채 증가가 위험요인으로 부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저소득국에 대한 대규모 대출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저소득국의 채무불이행이 자칫 신흥국 전반으로 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신흥국에 위험요인으로 여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미국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적(GDP)비중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미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유통되는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며 ‘현대판 트리핀 딜레마(Modern-day Triffin Dilemma)’의 발생위험도 경고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미국의 정부부채가 증가하는 등 쌍둥이 적자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미국이 부채를 감소하는 정책을 펴면 글로벌 기축통화 공급자로서의 역할과 상충된다”며 달러의 국제적 신용도가 위축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레핀 딜레마는 다른 국가들의 국제거래결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이 기축통화(reserve currency)인 달러 공급을 계속 늘리면 결국 달러가치 하락으로 인해 기축통화로서의 국제적 신용도가 위태로워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뜻한다.

라인하트 교수는 1955년 쿠바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연구부 사무관, 피터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교수를 맡고 있다.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주제로 천재 경제학자로 불리는 케네스 로고프와 함께 쓴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로 주목받았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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