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들, 타협 모르는 미국에 피로감?

정민승 2019. 6. 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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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던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는 중국이 모처럼 웃었다.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 문제에 관한 한 타협을 모르는 미국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다른 이슈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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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에 기울어"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던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는 중국이 모처럼 웃었다. 두 나라의 갈등을 지켜보던 동남아 국가 지도자들이 중국 편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 문제에 관한 한 타협을 모르는 미국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블룸버그는 세계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무역전쟁 덕분에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 참석자들은 이례적인 장면들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남중국해 군사 기지화 문제 등을 들어 미국이 중국을 때리면 그 동맹국들이 한데 뭉쳐 중국을 몰아세우는 일이 반복됐었지만, 올해에는 그 같은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아시아안보포럼에 8년만에 국방 수장을 파견했다.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다른 이슈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이 매체는 “매년 중국은 이 대회에 참석해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공격을 받고 나면 외톨이가 되기 일쑤였다”며 이와 달리 올해 이례적으로 연출된 장면들을 소개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초반부터 감지됐다. 주최국 수반으로서 개막 연설 무대에 오른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달 31일 “(승자 없는) ‘제로섬’ 게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중국의 부상 (浮上)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미국은 국제질서를 만드는 과정에 중국에 더 많은 발언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또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권익도 중시하고 문제를 물리력을 동원한 위협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역에 절대적으로 의지에 경제를 이끌고 있는 싱가포르답게 양쪽을 향한 쓴소리였지만, 이후 분위기는 중국으로 기울었다. 미얀마 국방장관은 “(일대일로 사업 등) 중국의 사업에 대해 미국이 이야기하는 ‘빚-함정 외교’ 는 과장된 것”이라며 중국을 옹호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 기지화 작업의 최대 피해자인 베트남 국방장관은 “영토분쟁에 있어 상호협력과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을 정도다.

린 쿠옥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 수석연구원.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강대국 사이에 낀 동남아 국가들의 이 같은 모습은 약속국들의 모임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특징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다. 부상하는 중국을 ‘레버리지’ 삼아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원조 내지는 투자를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린 쿠옥 연구원은 “강대국 사이에 낀 동남아 국가들은 항상 타협을 통해 실익을 챙겨왔다”며 “이들 국가들이 타협이라고는 모르는 미국 뒤에 줄을 설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mailto: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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