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린 북극에 전 세계 '열병' 몸살..올여름 심상치 않다
인도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북부 라자스탄의 사막 도시 추루는 최고 50.6도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역대 최고 기온인 51도를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이다.
수도 뉴델리 역시 46도가 넘는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뉴델리 당국은 적색경보를 발령하면서 시민들에게 가장 더운 시간에 외출을 자제하라고 권고했지만, 열사병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부 지역의 경우 가뭄으로 물 부족 현상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은 씻는 것과 빨래를 중단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미국에서도 폭염과 토네이도 등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플로리다주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까지 미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40도에 육박하는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아시아에서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사로마 지역이 지난달 26일 기온이 39.5도까지 치솟아 일본 역대 5월 최고기온 기록을 깼다.
지구 상에서 역대 최고 기온은 지난 2013년 6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데스 밸리에서 측정된 54도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면적 해빙 사라져…전문가도 “이례적”
특히, 올해 들어 북극의 해빙(바다얼음)이 역대급 속도로 빠르게 녹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북극 해빙은 보통 3월에 가장 두껍게 얼었다가 이후부터 녹기 시작해 9월에 가장 작아진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이제 봄이 막 지났는데도 눈에 띄게 해빙 면적이 줄었다.
지금까지 가장 해빙 면적이 작았던 2016년 4월보다도 23만㎢가 더 줄었다. 한반도 면적(22만㎢)에 해당하는 해빙이 사라진 것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올해 북극 지역에 고온 현상이 지속하면서 얼음뿐 아니라 쌓인 눈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녹고 있다”며 “햇빛을 반사하는 눈과 얼음이 사라지면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게 돼 유럽 등 북반구의 중·고위도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폭염·집중호우 번갈아 온다”
지난달 15일 광주광역시에서 역대 가장 빠른 폭염 특보가 내려지는 등 5월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국내 평균기온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 특히 6월의 기온 상승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은 북극 해빙 면적이 줄면서 올여름에 기온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지난해에는 남쪽의 따뜻한 기단이 한반도를 지배하면서 폭염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부딪치면서 기온의 변동성도 크고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상고온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 교수는 “중·고위도 지역의 땅이 가열되면 바람이 약해지고 열 교환이 활발히 안 일어나게 된다”며“한번 발생한 폭염이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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