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털 수북한데 탈모? 남성호르몬이 배신했다

이에스더 입력 2019. 6. 4. 06:00 수정 2019. 6. 4. 14: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사원 정모(33ㆍ서울 강동구)씨는 눈썹ㆍ가슴ㆍ다리 등 몸에 털이 많은 편이다. 그는 수북한 다리 털이 신경 쓰여 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지 않는다. 턱 수염이 많이 나 아침에 면도를 해도 밤이면 거뭇거뭇하게 자랄 정도다. 체모가 너무 많아 고민이던 정씨가 몇년 전부터 ‘탈모’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됐다. 20대 후반부터 머리 숱이 부쩍 줄어들기 시작했다. 최근엔 거울을 볼 때마다 정수리와 가르마 근처가 휑한 것처럼 느껴졌다. 정씨는 “다른 곳엔 털이 너무 많아 탈인데 왜 머리 숱은 갈수록 줄어드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성인 5명중 1명이 탈모로 속 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노화 현상이라 하기에는 최근 젊은 탈모 환자가 너무 많다. 특히 호르몬에 의한 탈모(안드로겐 탈모증ㆍandrogenetic alopecia)는 젊은 환자 비중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호르몬에 의한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만1629명이다. 이 중 51.4%가 20~30대다. 젊고 윤기 나는 건강한 모발을 자랑해야 할 젊은이들이 탈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탈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스트레스에 의한 탈모는 원인을 제거하면 상태가 호전 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탈모 예방 민간요법이나 탈모 샴푸 등 여러 탈모 관련 제품으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다.

호르몬에 의한 탈모의 원인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하 DHT)라는 호르몬이다. 발육을 촉진하고 2차 성징을 발현시키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의 특정세포와 피지샘에 존재하는 5알파 환원 효소(5-reductase)와 만나 DHT로 전환된다. 이 물질이 두피의 모낭을 위축시키고 모낭이 가늘어지게 만들고 결국은 탈모로 이어지게 한다.

이 물질은 특이하게 눈썹ㆍ수염ㆍ가슴ㆍ팔ㆍ다리 등의 털은 성장시키는 작용을 하고, 정수리와 앞 이마에서는 털의 성장을 억제시켜 탈모를 유발한다. 머리숱이 적은 남성들이 두피와는 다르게 몸의 다른 부분에서는 체모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탈모 환자가 적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DHT가 1/6 수준이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모발의 탈모 진행을 방지하고 모발을 성장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피부과 안효현 교수는 “DHT에 의한 탈모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은 바르는 약물과, 경구용 탈모 치료제 2가지다. 바르는 약물은 미녹시딜 성분의 약으로 가는 머리카락을 굵게 하고 모발 생존을 돕는 효과가 있으며 모낭을 자극해 모낭을 축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구용 탈모 치료제는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성분으로 이루어진 약이다. 이 외에도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 성분의 약이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각종 식품이나 샴푸 등이 많지만 실제 의학적인 실험으로 공인된 치료제는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뿐”이라고 덧붙였다. 탈모가 의심된다면 민간요법에 의지하기 보다는 일단 피부과를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게 좋다. 안 교수는 “탈모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대처해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 탈모 자가진단법

보통의 사람들은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의 개수가 유난히 많아졌다고 느꼈을 때 탈모를 의심하고 두피의 상태를 살펴보게 된다. 그러나 하루에 70개 내외의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이는 머리카락의 생장기에서 퇴행기와 휴지기를 거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고 일어 난 뒤 빠져있는 머리카락이나, 머리를 감고 난 후 빠진 머리카락이 100개를 넘는다면, 탈모를 의심해 볼 수 있다.

▲ 이마가 점점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 모발이 힘이 없어지고 부드럽고 가늘어진다.

▲ 모발이 하루에 100개 이상 빠지는 것 같다.

▲ 두피를 마사지하면 시원하지 않고 가벼운 통증이 느껴진다.

▲ 모발의 앞머리와 뒷머리 굵기 차이가 난다.

▲ 두피가 가려우면서 비듬이 생기는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

▲ 두피에 피지량이 늘어나 지성으로 변한 것 같다.

▲ 습관적으로 두피나 머리를 자주 긁는다.

▲ 엄지, 검지 두 손가락으로 모발을 약 100개정도 잡아당겼을 때 6개 이상 빠진다.

▲ 신체의 가슴털, 수염, 겨드랑이 털 등 머리 이외의 털이 갑자기 길어지고 굵어진다.

- 위 증상 중 5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이미 탈모가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