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힘 받는다..소수의견에 성장률 쇼크까지

민정혜 기자 2019. 6. 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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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제기관 韓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韓, 미중 무역분쟁 직격탄.."경기 충격 감안해 선제적 대응해야"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9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성장률 잠정치는 전분기 대비 0.4%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7년 4분기(-0.2%) 이후 5분기만에 역성장한 것으로 10년여만에 최저 수준이다. 2019.6.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수출 부진과 설비 투자 악화 등으로 -0.4%(전분기 대비) 역성장해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과도한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불균형에 초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펼쳐왔는데, 더 이상 경기 부진을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성장률 잠정치는 전분기 대비 0.4% 하락했다. 이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부진과 투자 악화 등이 반영돼 지난 4월25일 발표된 속보치(-0.3%)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지난 2017년 4분기(-0.2%) 이후 5분기만에 역성장한 것으로 금융위기 이후 10년 3개월(41분기)만에 최저 수준이다. 한국 경제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더 가파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연간 실질 GDP 성장률 2.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분기 1.3~1.4%,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0.9~1.0% 성장해야 한다.

1분기 실질 GDP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0.1%)과 정부 소비지출(0.4%)이 증가했지만 수출(-3.2%), 설비투자(-9.1%), 건설투자(-0.8%) 등이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 직격탄을 맞은 수출은 지난 2017년 4분기 -4.5%를 기록한 이후 5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실질 GDP성장률 반등을 위해서는 수출 실적 개선이 필수적인데, 한국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악영향을 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20개국(G20) 상품 교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수출은 1386억 달러(계절조정치·경상가격)로 직전 분기보다 7.1% 줄었다. 이 감소폭은 G20 국가 중 가장 큰 규모다.

내수를 뒷받침해야 할 소비 능력도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국민총소득(GNI)(452조6032억원)은 전분기대비 0.3% 감소했다. 이 역시 10년(40분기)만에 최저치다. GNI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이다.

총저축액도 162조3000억원으로 전기대비 3.8% 감소했다. 총저축률은 34.5%로 2012년 4분기(34.1%) 이후 25분기 만에 최저치였다. 이에 대해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소득 자체가 많이 감소하면서 저축할 게 부족해졌다"며 "향후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방점도 기존 금융불안정성에서 경기 활성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속속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3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54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였지만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4.9%)은 14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1분기 가계부채 증가 규모도 전년동기보다 17조4000억원 늘며 6년만에 가장 적었다.

지난달 31일 열린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좋겠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금통위는 지난 11월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올린 후 올해 진행된 3차례(1월, 2월, 4월)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5월 정례회의에서는 균열음이 나왔다.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지난해 11월 조동철, 신인석 금통위원의 동결 소수의견 이후 처음이었다.

금융시장에선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나 기준금리 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미중 무역분쟁을 꼽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31일 금통위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상호 전개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진행되고 있다"며 높은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금통위도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주요 경제기관들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19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하반기 전망치인 2.6%에서 2.4%로 0.2%p 내렸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더 지켜본 뒤 7월에 수정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사후약방문"이라고 평가하며 "금리 인하를 포함해 시장 요구와 경기 절벽에 따른 충격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m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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